↑ 연합뉴스 |
발베르데는 이강인이 후반 추가시간, 측면으로 돌파하려하자 긴 다리를 활용해 태클로 공을 밖으로 차내고는 느닷없이 이강인을 순간적으로 노려본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어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5년 전 일 때문입니다.
↑ 연합뉴스11 |
발베르데는 지난 2017년 한국에서 개최된 20세 이하 (U-20)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후반 5분 페널티킥을 성공하고는 양손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했는데, 이게 서구에 비해 작고 긴 눈매를 가진 아시아인들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행위로 여겨져 논란이 됐습니다. 자신의 친구를 위한 세리머니였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우루과이 선수들 모두가 단체로 눈을 찢는 포즈를 취하면서 해명은 거짓으로 비춰졌습니다. 이탈리아와의 U-20 월드컵 3·4위전 경기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국내 관중을 향해 '더 크게 소리 질러 봐라'는 듯 두 손으로 귀를 감싸며 도발하는 제스처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면서 국내 팬들에게는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어제는 발베르데에게 답답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우승을 목표로 출전한 이번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의 훌륭한 경기력에 고전했고, 자신도 골대를 한 차례 때리는 등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당시 관중 분위기도 처져 있어서 막판 자신의 행동을 전환점으로 삼고 싶어 했을 수 있습니다. 입모양도 언듯 보면 "바모스(Vamos)" 즉 '가자', '힘내자'라고 말하는 것 같긴 합니다. 실제로 풀 죽었던 우루과이 관중이 다시 힘을 내서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년 전 어린 발베르데는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고 그라운드 리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강인을 노려본다든지 하는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패스와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흔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터라 특정 상대를 타깃 삼아 감정이 섞인 도발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우리나라의 사기를 꺾으려는 의도도 있어보인다는 것입니다. 국내 팬 입장에선 발베르데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쓴 것'이라고 오해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 연합뉴스 |
이강인은 경기 후 발베르데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경기 중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면서 "우루과이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있는 팀이었다"고 상대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국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