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완패' 이란, '반정부 시위와의 연대' 위해 국가 제창 거부도

이란, 잉글랜드와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6 참패
최근 반정부 시위로 혼란…선수들 국가연주 때 침묵

↑ 이란 축구 대표팀이 굳은 표정으로 침묵 지키는 중/사진=연합뉴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이 자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와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월드컵 경기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축구 대표팀은 현지시간 21일 카타르 알 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자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습니다.

이란 국영 TV는 이날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하자 경기 생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이란 대표팀이 국가 제창을 거부한 것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 때문입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미착용 혐의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를 당하는 사건 발생 이후 연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이에 이란 정부가 무력 진압을 시도, 유혈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란 대표팀 주장인 에산 하지사피는 기자회견을 통해 목숨을 잃은 반정부 시위대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란이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경기장에 온 이란 팬들도 응원석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에 연대의 뜻을 표시하는 플래카드를 펼치는 등 이란 정부를 비판하고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한편 이란 대표팀은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6-2로 완패했지만, 이란의 스타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두 골을 넣는 순간 이란 팬들은 열렬히 호응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케이로스 감독은 "국내의 정치적인 불안이 선수단에 큰 타격을 입혔다"면서 "선수들은 경기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 현재 선수들이 처한 상황은 최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양서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1023ashl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