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19년 하면서 한국시리즈를 딱 한 번 가봤어. 그만큼 한국시리즈 가는 게 힘든거야. 우리 PO를 치르는 것처럼 하지 말고 한국시리즈처럼 경기를 해보자.”
‘영웅군단’ 키움 히어로즈가 사상 첫 우승이라는 기적을 쓸 채비를 마쳤다. 가장 중요한 길목이자 고비였던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3승 1패로 승리, KS에서 창단 첫 우승을 두고 SSG 랜더스와 격돌한다.
kt위즈와 5경기 3승 2패의 접전 끝에 올라온 키움의 PO 시리즈. 상대적인 전력에서 ‘역대급 2위’로 불렸을 정도로 뛰어난 투타전력의 LG였기에 키움의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예상외로 키움의 완승에 가까웠던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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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이용규의 명품 리더십이 영웅군단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만들고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것엔 ‘캡틴’ 이용규(37)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프로 19년 차 이용규는 올 시즌 키움의 주장을 맡아 프로 데뷔 첫해 신인이었던 2004년을 제외하면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키움을 3위로 PO에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시즌 막바지까지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PS에 들어서 이런 이용규의 리더십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PS를 앞두고서도 이용규는 단체미팅을 통해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워줬다. 키움의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용규는 “그동안 잘해왔어. 그래서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거잖아”라며 PO까지 함께 온 선수단을 격려하는 동시에 “기본적인 것들, 베이스러닝, 백업, 중계플레이 등 이런걸 착실하게 해내고 결과는 (하늘을 가리키며) 맡기자”며 ‘기본’을 지켜주길 당부했다.
또 이용규는 “팀원들 믿고 요소요소에서 선수들이 해줄 거니까 팀원들 믿고 차분하게 내가 해야 할 플레이만 차분하게 하자”면서 “경기가 시작되면 형도 긴장 돼. 딱 시작하면 긴장된다고. 하지만 긴장된 것을 오버해서 하려고 하지 말고, 또 흥분하지 말고, 팀원들 믿고 차분하게 하려고 하다보면 금방 긴장이 풀려”라며 선수단에게 거듭 침착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용규는 “앞으로 10승 하면 우승한다. 10승 한다고 생각하고 파이팅 하자”라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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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규는 시리즈 공격에서의 맹활약뿐만 아니라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끌며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을 독려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캡틴의 말이 통했을까. 키움 선수들은 이후 7~9회를 완벽하게 막아내고 긴박한 리드를 지켜냈다. 이용규는 2차전에서 4타수 2안타 2득점 2타점 맹활약을 펼쳐 데일리 MVP에 오르며 그라운드에서도 맹활약했다.
1승 1패로 시리즈 원점이 된 직후 PO 3차전을 앞둔 상황 이용규는 다시 한 번 훈련 전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공개된 미팅 영상에서 이용규는 “형도 19년 동안 하면서 한국시리즈를 1번밖에 안 가봤다. 그만큼 한국시리즈에 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선수단을 또 한 번 독려한 이후 “그러니까 플레이오프라고 생각 하지 말고 한국시리즈처럼 한 번 해보자”며 선수단에게 독기 있는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이용규는 “내가 2년 동안 여기(키움)와서 겪어보니까 이겨내는 힘이 강하더라”며 “고비가 와도 이겨낼 수 있을테니까 다들 각자 위치에서 잘 해보자. 도장깨기. (우승까지) 7개”라며 선수들을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동시에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를 고취시켰다.
시리즈 내내 키움 선수들은 마치 부적처럼 우승까지 카운트를 세며 매 경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도 많은 이가 이용규의 리더십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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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PO 혈전을 치른 키움이지만 현재 기세는 오히려 더 뜨겁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 단단해져가고 있는 영웅군단의 힘이 KS에서 어떻게 발휘 될 지 궁금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특히 시리즈 준PO 시리즈 3승 2패의 접전 승리에 이어 PO에 이르기까지 선수단의 분위기를 만든 과정을 주목햇다.
홍 감독은 “더그아웃 분위기는 코칭스태프가 이끌어 가는 게 아니다. 실수가 나오거나, 어떤 극적인 플레이가 나오든 간에 분위기는 선수들 주도로 가야되는 것”이라며 “코칭스태프가 ‘이렇게 가자, 어떻게 하자’고 말하는 건 단기전에선 특히 별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홍 감독은 “이용규가 역시 그런 면을 잘 알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선수들 간의 분위기를 경험을 토대로 잘 이끌어주고 있는 것 같다”며 캡틴 이용규의 더그아웃에서의 역할에 대해 한참이나 호평을 쏟아냈다.
실제 PO 시리즈에서 1승을 먼저 거둔 LG 선수단보다 오히려 키움 선수들의 분위기가 훨씬 침착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 전체가 일
이제 ‘캡틴’ 이용규가 이끄는 영웅군단은 KS에서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란 최초의 업적을 만들고 KS에 진출한 SSG와 키움 가운데 마지막에 웃는 팀은 누가 될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