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 트랜드와는 거리가 있는 소신이다. 그러나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슈퍼스타 출신 감독들의 파워라 할 수 있다.
KBO리그는 최근 이승엽(두산)과 박진만(삼성)이라는 레전드 출신 감독을 맞이했다.
흥미로운 건 그들의 취임 일성이었다.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강훈련이 바탕이 된 스몰볼(이승엽 감독)"과 "수비를 중심으로 한 세밀하고 투지 넘치는 야구(박진만 감독)"라고 답했다. 올드 패션 야구에서 강조되던 것들이 새로운 감독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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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스타 출신 감독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다시 감독이 중심이 된 야구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감독이 앞장서서 기량을 끌어 올리기 보다는 뒤에 서서 관리를 해주는 관리형 감독들이 주를 이뤘다.
감독들이 앞장서지 않다 보니 훈련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이 나서서 경기를 이끌기 보다는 관리해 주고 선수를 앞장 세우는 야구가 트랜드가 됐다.
감독들은 현란한 작전으로 경기에 개입하기 보다 선수들에게 맡겨 놓고 한 걸음 뒤에서 컨트롤 하는 야구가 주를 이뤘다.
체력 관리가 가장 큰 화두였다. 훈련량도 줄이고 경기 투입도 조절해 주는 야구를 하는 감독들이 크게 늘었다.
슈퍼 스타 출신이 아닌 감독들이 대거 감독으로 진출하며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기 보다는 선수들을 앞장 세우는 야구를 많이 했다. 그것이 정답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엽 박진만 감독은 달랐다. 이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감독이 우선되는 야구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량이 부족하다. 보다 많은 훈련을 해야 그 속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찾아내고 고쳐갈 수 있다. 마무리 훈련부터 훈련량을 크게 늘릴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 남는 선수를 우선 쓸 것이다. 마음이 아프겠지만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스몰볼을 선호한다. 현역 때는 큰 것 한 방을 치는 타자였지만 지도자로는 감독이 개입해 야구를 풀어가는 스몰볼이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맞는 훈련량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감독도 비슷하 이야기를 했다. "가을 캠프는 지옥 훈련이 될 것이다. 훈련량을 따라갈 수 있는 선수들만 데려갈 것이다. 땅볼을 치고도 1루에서 과감하게 슬라이딩을 할 수 있는 투지 넘치는 선수들을 선호한다. 그런 선수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회가 갈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하겠다. 감독이 풀어가는 야구를 할 것이다. 다양한 작전 야구를 펼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 스타 출신 감독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단번에 "올드 패션 야구"라는 비판을 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슈퍼 스타 출신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다 보니 무게감이 실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하나 같이 천편 일률 같았던 야구 흐름에 '올드 패션'이지만 모처럼 새롭게 느껴지는 야구관에 대한 흥미도 따라오는 것이 분명 효과를 보고 있다.
한동안 감독이 앞장서는 야구가 경원시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 정도 무게감을 갖는 감독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감독이 스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승엽 박진만 감독이 등장하며 이런 트랜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들이 남들과는 다른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하며 야구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분명 '옛날식'인데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전진 앞으로"에서 "나를 따르라"로 야구 트랜드가 또 바뀌어가고 있다.
슈퍼 스타 출신 감독들의 역습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슈퍼 스타만 감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야구판이 활성화 되려면 다양성이 보잘돼야 한다. 비스타 출신들의 선수를 앞장세우는 야구와 슈퍼 스타 출신의 감독이 우선되는 야구가 충돌해 명승부를 연출할 때 한국 프로야구는 더욱 풍성해 질 수 있다. 슈퍼 스타 출신 감독들의 올드 패션이 반가운 이유다.
누가 성공할지는 아무도
슈퍼 스타 감독을의 역습은 성공을 거둘 것인가. 새로운 시즌 야구를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