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그리고 역대급 2위도 쓰러졌다. 이제는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챔피언도 마냥 웃기는 힘들다.
키움 히어로즈는 2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키움이 쓰고 있는 가을 야구 이야기는 마치 거짓말 같다. 매 시리즈마다 언더 독으로 평가됐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듯 매 경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마지막에는 웃는 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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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은 28일 고척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다. 사진(고척 서울)=김영구 기자 |
홍원기 키움 감독은 기적과도 같은 현재 행보에 대해 그리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며 “지금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정답은 있다. 모두 선수들이 만든 것이다. 주변 평가가 좋지 않은 걸 선수들이 봐서 그런지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며 “평가는 어디까지나 평가일 뿐이다. 야구공은 둥글고 또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우리가 언더 독이라면 선수들이 그 평가가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팀 분위기가 역대급이라는 건 선수들도 증명한 부분이다. 키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을 때 하나 같이 현재 성적에 대한 근거로 팀 분위기를 언급했다. 이정후는 “지금 우리의 분위기는 영화를 찍어도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동혁도 “지금 분위기라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안우진 역시 "예전에도 가을 야구는 해봤지만 올해는 어떤 경기를 해도 질 것 같지가 않다. 앞으로 좋은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키움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잘 나가는 이유는 확실히 있다. 앞서 언급한 팀 분위기를 바탕으로 약속의 ‘2번 타자’라는 상징이 생겼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키움의 2번 타자들이 펄펄 날았는데 2차전에선 베테랑 이용규가 멀티 히트를 기록하더니 3차전에선 대타 임지열이 결승 역전 투런포, 4차전에선 박준태가 ‘켈리 저격수’로 나와 2안타를 빼앗았다.
여기에 ‘쿠바 야생마’ 푸이그, 그리고 적수가 없는 최고의 타자 이정후,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정상급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김혜성에 김준완과 김휘집, 김태진, 마지막으로 듬직한 ‘안방 마님’ 이지영까지 도저히 구멍이 없는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승세라면 KBO리그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와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키움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키움이 또 한 번 언더 독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껏 그러한 평가를 뒤집은 그들이기에 기대가 되는 매치업이다.
흔히 단기전 승부는 분위기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한다. 현재 키움은 체력적으로는 SSG에 밀릴지 모르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우위다. SSG는 정규시즌 이후 오랜 시간 실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긴 시간 휴식하면서 철저히 준비할 수 있었지만 실전 감각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LG가 그랬듯 그들도 신뢰하는 김광현-윌머 폰트 원투 펀치가 흔들리는 순간 진흙탕 싸움을 감당해야 한다.
키움이 쓰고 있는 이 드라마의 끝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