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켈리’는 곧 승리. 이제는 뻔한 LG 트윈스의 포스트시즌 승리 공식도 맹신하기 힘들어졌다.
LG는 지난 2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6으로 패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2002년 이후 무려 20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기대했던 LG. 그러나 이해하기 힘들었던 투수 교체 타이밍과 잦은 작전 실패 등 ‘역대급’ 정규시즌 2위 팀이라고 평가된 그들의 지금 모습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은 물론 고척까지 점령한 유광 점퍼 군단에 큰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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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는 28일 고척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앞서 에이스 켈리 카드를 꺼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켈리는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2실점(2자책) 호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LG, 그리고 류지현 감독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에이스 카드를 한 번 더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류 감독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 앞서 “처음 플레이오프에 들어오기 전부터 켈리의 1, 4차전 선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에 맞춰 켈리도 준비했다”며 “팀을 위하는 일이라면 3일 후에도 던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뒤가 없는 LG 입장에서 켈리 카드를 다시 꺼내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현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고 또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선택한 것이다.
켈리는 2019년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지난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 총 5번 선발 등판해 3승 무패를 기록했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2경기 역시 LG가 승리하면서 켈리는 곧 승리라는 LG의 가을 야구 필승 공식은 현재진행형이다.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결과
2019 와일드카드 결정전(vs. NC) 6.2이닝 3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 승리
2019 준플레이오프 3차전(vs. 키움)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2자책)
2020 와일드카드 결정전(vs. 키움) 7이닝 3피안타(1홈런) 1볼넷 10탈삼진 2실점(2자책)
2021 준플레이오프 2차전(vs. 두산) 5.2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무자책) 승리
2022 플레이오프 1차전(vs. 키움) 6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2실점(2자책) 승리
다만 이번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의 켈리는 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긍적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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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켈리의 어깨는 무겁다. 키움에 기운 시리즈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선 최고의 투구를 펼쳐야 한다. 사진=김재현 기자 |
심지어 켈리는 한국에 온 후 3일 휴식 뒤 등판한 경우가 없다. 구단과 선수의 의견이 일치했다 하더라도 몸이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더군다나 켈리는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초반 키움 타자들에게 고전했다. 키움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켈리 역시 자연스럽게 살아났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 LG는 ‘우승 후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KBO리그 최강의 마운드로 평가됐으나 아담 플럿코가 무너졌고 또 고우석을 제외한 대부분 불펜 투수가 키움 타선에 쓰러졌다. 방망이는 그나마 괜찮은 듯했지만 작전 수행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무엇보다 시리즈 분위기가 완전히 키움에 넘어갔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와 혈전을 치르며 모든 힘을 소진한 듯했던 키움은 오히려 LG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의 더그아웃 모습을 보면 키움은 이미 한국시리즈에 간 듯하다. LG는 정반대.
프로 스포츠, 그리고 야구에서 전력차보다 승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분위기다. 좋은 타자,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현재의 LG가 그렇다.
켈리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려면 최고의 투구를 펼쳐야 한다. 그것 외 답은 없다. 켈리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키움 타자들을 잠재워야만 LG가 산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