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 얼굴이 밝아졌다.
잔뜩 긴장해 있던 기자 회견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가을 캠프에서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여럿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독을 행복하게 만든 선수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 감독이 굳게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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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두산 감독이 SSG와 연습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러나 "어떤 선수가 눈에 들어오는가?" 라는 질문에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몇몇 선수들에게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지금 내가 어떤 선수가 좋다고 하면 이름이 불리지 않은 선수는 낙담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특정 선수 몇몇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훈련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언제든 숨어 있던 기량이 튀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특정 선수를 지목하지 않는 이유다. 모든 선수들이 가능성 있고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 감독으로서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특정 선수 몇몇에 의존해 경기를 풀어가는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모든 선수들이 한 팀이 돼 하나의 힘으로 뭉쳐 싸워 이겨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금 가을 캠프서 몇몇 선수가 눈에 띈다고 해서 그 선수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포기하는 선수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완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외의 선수들에게서도 새로운 힘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읽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에 매달리는 선수들에게 우선 기회를 주고 싶다. 그런 선수들이 팀에 많이 생겨날 때 진짜 팀으로서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지금 두산 선수들은 하나 같이 절박함을 가지고 야구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량적으로 조금 앞서가는 선수들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이 감독의 마음이다.
잘 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이야기 하지 않는 이유다. 대신 팀이 달라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혹여라도 선수의 마음이 다칠까 앞서나가는 선수들의 이름을 감추고 있는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니다. 그런 세심한 배려가 달라진 두산의 새로운 힘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