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일본 프로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재팬 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미국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 사실상 5분 대기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 상황이 됐을 때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은 전 LG 에이스 수아레즈(30.야쿠르트)다.
↑ 전 LG 에이스 수아레즈가 재팬 시리즈 엔트리엔 들지 못했지만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사진=야쿠르트 SNS |
실제 경기를 뛸 수 있는 현역 엔트리와는 차이가 있다. 엔트리에 포함되면 당장 경기에 뛸 수 있지만 출장 가능 선수에만 이름이 올라 있으면 경기는 뛰지 못한다.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로 팀 내 긴급히 선수 수급이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야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다. 일종의 예비 전력인 셈이다.
수아레즈가 1군과 동행을 하면서도 재팬 시리즈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야구 기구는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 재팬 시리즈서는 출장 가능 선수를 따로 분류해 놓았다. 출장 가능 엔트리와는 다른 의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선수가 나왔을 때 대체 자원으로 합류할 수 있는 선수를 의미한다.
수아레즈 입장에선 시즌이 모두 끝났지만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누가 아프길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할 말이 없다.
수아레즈는 올 시즌 1군 5경기에 선발로 등판 했지만 최다 이닝이 5이닝에 그쳤을 정도로 부진한 투구를 했다. 평균 자책점도 6점대를 넘어 갔다.
그러나 2군 경기에 꾸준히 등판하며 부활을 준비했다.
9월10일 2군 경기에선 7이닝 동안 2피안타 4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2군을 통틀어 가장 긴 이닝을 투구한 것이었다. 그 이후 2군 경기에 계속 불펜으로 등판했다.
9월25일 경기서 2이닝 4탈삼진 무실점, 9월 30일 경기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후 수아레즈는 1군에 콜업 됐고 3일 요코하마 DeNA전에 불펜 투수로 등판했다.
수아레즈는 이 경기서도 1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곧바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4일 재등록이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대신 출장 가능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한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대로라면 재계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0만 달러라는 예상 보다 싼 값(?)에 계약했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지만 연봉을 더 삭감해야 야쿠르트에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 돌아 올 길도 사실상 막혀 있다. LG와만 계약이 가능한데 LG는 켈리-플럿코 외국인 콤
사실상 1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나 다름 없다.
수아레즈가 내년 시즌 어떤 곳에서 뛰며 재기를 노리게 될 것인지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건 일본이나 한국 등 아시아 프로 리그에선 뛰는 것이 여의치 않아 졌다는 점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