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다승(129승) 투수 장원준(37)은 은퇴 기로에 서 있다.
장원준은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하지만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하고 있는 두산이다.
장원준이 이 칼 바람을 피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은퇴 기로에 서 있는 장원준이 최근 이승엽 감독과 면담을 가졌다. 조만간 결론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천정환 기자 |
간단히 은퇴 시킬 생각이었다면 구단 뒤에 숨어서 일 처리를 하도록 맡겨 두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달랐다. 직접 장원준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승엽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장원준 정도 되는 선수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독이 직접 만나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선수다. 만나보고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이 감독의 선수단 상견례 뒤 이뤄졌다. 아직 뚜렷하게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이 감독은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며칠 더 고민해 본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취 결정을 떠나 이승엽 감독의 스탠스는 대단히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 특히 초보 감독은 팀 베테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때 좀 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 대행도 대행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베테랑들과 미팅을 가진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의 자신의 팀 운영 구상과 베테랑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 과정을 지나오며 선참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고 결국 좋은 성과를 얻는데 큰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이승엽 감독도 장원준을 예우하며 베테랑들에게 자신이 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사인을 보냈다고 보면 된다. 성과가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예우하며 팀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나 다름 없다.
신.구 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절대 좋은 팀이 될 수 없다. 이승엽 감독은 짜임새 있는 팀 구성을 위해 장원준의 미래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원준은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27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6홀드, 평균 자책점 3.71을 기록했다. 드러난 성적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
그러나 피안타율이 0.338이나 됐고 WHIP도 1.76으로 대단히 높았다.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장원준은 건강한 몸으로 좀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이 그 열정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가 중요한 대목이라고
두산을 떠나면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날 것이 유력한 장원준이다. 이승엽 감독이 장원준을 품고 가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인지 주목 된다.
그리고 이 감독의 이런 노력들이 두산 베테랑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다가설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