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앞세운 유럽이냐, 개인기의 남미냐
브라질 아르헨 프랑스 벨기에 등 각축 전망
한국축구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도 주목
힘의 유럽이냐, 개인기의 남미냐.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지구촌 축제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1월 21일(이하 한국시간)부터 12월 19일까지 29일간 대륙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카타르에서 펼질‘꿈의 구연(球宴)’은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세계랭킹 3위)와 신흥 강호 벨기에(세계랭킹 2위) 등 유럽세가 전통의 강호 브라질(세계랭킹 1위) 아르헨티나(세계랭킹 4위) 등 남미세와 불꽃 튀는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 우승 향방 못지않게 11번째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한국이 원정 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로 16강 진출의 쾌거를 일궈낼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 대회 2연패 노려…벨기에도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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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왼쪽),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사진=AFPBBNews=News1 |
그동안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FIFA 월드컵(사진)은 유럽과 남미를 오갔으나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12년간 4회 연속 유럽팀이 독차지해 남미세가 주춤해하는 형국이다. 18세의‘축구황제’ 펠레(본명‧이드송 아란치스 두나시멘투)를 앞세워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다섯 차례나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국의 영예를 누렸으나 이후 유럽세에 막혀 번번이 정상에서 밀려났다. 이번에도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에메르송(토트넘) 등 최강의 멤버가 2002년 대회 이후 20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이후 무관의 수모를 씻어낼지 주목받고 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디에고 마라도나(2020년 사망)를 앞세워 한국을 3대 1로 꺾었던 아르헨티나가 옛 영광을 되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7일 연봉 1억2800만 달러(약 1824억 원)를 기록, 세계 축구선수 수입 1위에 오른 킬리안 음바페의 프랑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프랑스는 1998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월드컵 첫 우승을 차지했었다. 아직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는 벨기에는 주장 에덴 아자르를 비롯해 얀 페르통언, 로멜루 루카쿠 등을 앞세워 브라질과 세계랭킹 1, 2위를 다투는 다크호스다. 이번까지 14번이나 월드컵 본선에 오른 벨기에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3위 입상이 최고 성적이지만 카타르월드컵에서 첫 우승 새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세는 통산 4번 우승한 독일(서독 포함)이 세계랭킹 10위권으로 밀려난 상태이며, 역시 4번 우승한 관록의 이탈리아는 2회 연속 유럽 예선에서 탈락, 2018년에 이어 이번 대회도 참가하지 못했다.
브라질 독일, 경도 비슷한 대륙대회 우승 경향
그동안 21회의 대회에서 유럽 국가들이 12회, 남미국가들이 9회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경도(經度)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도란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중심으로 지구를 동서로 구분하는 날줄인데 경도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통산 5회 우승한 브라질은 1962년 칠레, 1970년 멕시코, 1994년 미국 등 미주대륙대회에서 우승했고 유럽에서는 1958년 스웨덴 대회에서만 우승했다. 나머지 한 번 우승은 중립지역이라 할 수 있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2회 우승의 아르헨티나도 1978년 아르헨티나와 1986년 멕시코, 역시 2회 우승의 우루과이도 1930년 우루과이, 1950년 브라질대회에서 영광의 줄리메컵을 안았다.
반면 4회 우승의 독일은 1954년 스위스, 1974년 독일, 1990년 이탈리아 등 유럽대회에서 세 번 정상에 올랐고, 나머지 한 번은 2014년 브라질대회에서 우승했다. 역시 4회 우승의 이탈리아도 1934년 이탈리아, 1938년 프랑스, 1982년 스페인, 2006년 독일 등 모두 유럽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이밖에 2회 우승의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 2018년 러시아에서, 1회 우승한 잉글랜드는 1966년 잉글랜드, 스페인은 2010년 유럽은 아니지만 같은 경도인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차(時差)가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충분한 시일을 두고 시차 적응을 하더라도 다른 대륙에서 온 선수들은 미세하나마 경기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2년 대회가 열리는 카타르가 유럽과의 시차가 3, 4시간밖에 나지 않아 유럽 선수들이 남미 선수들보다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역대 원정 월드컵 3승7무17패로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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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8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자축하는 모습. 사진=AFPBBNews=News1 |
과연 한국축구가 원정 월드컵에서 2010년 남아공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02년 안방 월드컵에서는 4위에 올랐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은 쉽지 않다. 11월 24일 우루과이와의 H조 첫 경기에 이어 11월 28일 가나와의 2차전, 12월 3일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3차전을 치러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세팀 모두 만만찮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원정 월드컵에서 딱 1번 16강 무대를 밟았다. 바로 2010년 남아공대회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팀은 예선 리그에서 1승 1무 1패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랐으나 우루과이에 1대2로 패퇴, 8강 진출이 좌절됐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한국은 헝가리에 0대9, 터키에 0대7의 참패를 당한데 이어 32년 만에 나간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통산 64년간 치른 10번의 월드컵 본선 34번의 경기에서 7승 8무 19패를 기록중이다. 그나마 4강에 오른 2002년 한일월드컵의 4승 1무 2패를 제외하면 원정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은 3승 7무 17패다. 원정 월드컵에서 거둔 3승의 제물은 2006년 독일대회의 토고(2-1), 2010년 남아공대회의 그리스(2-0), 2018년 러시아대회의 독일(2-0)이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승리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대목.
“한국, 16강 진출 가능성 20%로 낮아”
세계랭킹 28위인 한국축구는 H조 예선에서 포르투갈(세계 9위) 우루과이(세계 14위) 가나(세계 61위)와의 경기에서 1승 2무는 거둬야 안정적으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과 경기중 상대 선수 어깨를 이빨로 문 ‘핵 이빨’ 루이스 수아레스가 선봉에 선 우루과이에는 객관적 열세가 분명하다. 단 하나 아프리카 대표 가나가 해볼 만한 상대로 보이나 우습게 봤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한국은 가나와 역대 전적에서 6전 3승 3패, 동률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펼쳐진 4경기에서는 1승 3패로 열세다. 3실점 이상의 경기가 3차례나 됐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2014년에는 0대4 대패했고, 조던 아예우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뛰고 있는 아예우, 토마스 파티(아스널),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 다니엘 아마티(레스터시티) 등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 중인 신예들이 대표팀에 합류, 전력을 보강했다. 물론 한국도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공격선봉에 서고 또 김민재가 철벽 수비를 이끌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가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영표 전 KBS 축구 해설위원이 한국의 16강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20%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다.
2018년부터 한국 월드컵팀을 지휘, 최장수 외국인사령탑으로 꼽히는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철저한 준비로 축구 열강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