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넘버 원 보다 넘버 투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넘버 원에 대한 바다 건너의 관심이 너무 뜨겁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 고교 야구 랭킹 1위는 자타 공인 장현석(17.마산 용마고)이다. 최고 156km의 광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다. 내년이 되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스카우트는 "장현석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뜨겁다. 연습 경기를 챙기고 인성을 파악하기까지 할 정도로 스카우트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는 장담할 수 없지만 메이저리그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선수다. 몸 값이 꽤 높이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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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휘건 박채율 황준서.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
선수들 사이에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얼마나 빠른 순번에 지명되느냐는 계약금을 비롯해 많은 차이를 가져 온다. 특히나 전체 1순위는 전면 드래프트 시행 이후 모든 선수들의 꿈이 됐다.
아직 내년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일단 현재 수준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는 3명 정도로 추릴 수 있다.
좌완 투수 중에서는 장충고 황준서(17)가 가장 이름이 많이 나오는 주인공이다.
황준서는 2학년 이지만 세계 U-18 야구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기간 중 윤영철 다음으로 많은 공을 던진 좌완 투수였다. 대표팀이 찾을 만큼 빼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
황준서는 올 시즌 12경기에 출장해 2승2패, 평균 자책점 1,84의 빼어난 피칭을 했다.
44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안타는 37개만 내줬고 사사구는 12개 뿐이었다. 반면 삼진은 44개나 뽑아냈다. 이닝 당 1개 꼴의 삼진을 잡아냈다. WHIP가 1.07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A팀 스카우트 팀장은 "황준서는 내년 시즌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다. 공을 정말 안정감 있게 던진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위기에도 강하다. 제구력이 안정돼 있어 보기가 편하다. 윤영철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3학년이 되면 그 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일단 윤영철 보다 공이 빠르다. 때문에 좀 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공이 더 빨라지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여기서 스피드까지 더 빨라진다면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우완 투수로는 천안 북일고 김휘건(17)이 첫 손 꼽힌다. 190cm가 넘는 큰 신장에서 꽂히듯 뿌리는 패스트볼이 장기다.
최고 구속이 140km대 후반을 찍고 있다. 장신에서 찍어 누르는 패스트볼의 묵직함은 고교 레벨을 뛰어 넘는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올 시즌 15경기에 출장해 2승2패, 평균 자책점 1.50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총 35.2이닝을 던져 삼진을 무려 50개나 잡아 냈다. 볼넷도 20개로 다소 많았지만 공의 위력 하나 만은 첫 손 꼽힐만 했다. 피홈런이 단 1개도 기록되지 않았을 정도로 힘 있는 공을 던졌다.
WHIP가 0.97에 불과했다. 볼넷이 많았음에도 피안타를 거의 맞지 않았기 때문에 WHIP가 낮게 나타났다.
스카우트 B는 "장현석이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랭킹 1위라 불렸을 투수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공의 구위가 워낙 좋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통하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프로에 오면 구속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만 잘 보완 한다면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야수 중에선 충암고 박채율(17)이 1순위다.
국내 구단 스카우트 팀장 A는 "장거리포 타자지만 컨택트 능력이 좋다. 타격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다. 수비에서도 타구 판단 능력이 좋고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 공.수.주에서 모두 고른 기량을 갖고 있다. 5툴 플레이어라 불려도 좋다. 간혹 기복을 보이는 것이 단점인데 그 부분만 잘 고쳐 간다면 더욱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성적은 14경기 출장에 타율 0.400 1홈런 13타점이다.
출루율이 0.516으로 대단히 좋았고 장타율도 0.600으로 대단한 파괴력을 보여줬다. OPS가 무려 1.116이나 된다. 거포 자원으로 기대를 품어 볼만하다.
삼진 9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12개나 얻어냈다. 거포의 세금으로 불리는 삼진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 거포로 커나가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기록이다.
김휘권과 박채율 그리고 황준서. 현재 고교 야구 랭킹 2위를 다투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경쟁이
여기에 다른 선수들도 가세하게 된다면 내년 시즌 고교 야구도 더욱 풍성해 질 수 있다.
장현석은 예상 대로 메이저리그행을 택할까. 그가 떠난 다면 넘버 2는 누가 될 것인가. 내년 시즌 고교 야구를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