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보다 우승 후보 지명이 많이 안 나오긴 했더라. ‘우리가 다섯 단계를 올라갈 수 있느냐’인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나의 도전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도전의 해다. 한 시즌을 건너뛰고 2022-23 V리그로 복귀한 시즌. 동시에 여자배구는 처음인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과 호흡을 맞춰 선수단을 이끌 리더이자 에이스 역시 김연경이다.
팀 전력은 지난해 6위에서 ‘김연경’의 이름 세 글자를 지우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거기다 지난 시즌 주전 세터였던 박혜진도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이 된 상황. 그러나 김연경의 이름을 다시 써넣으면 상황은 흥국생명의 무게감은 놀랍도록 달라진다. 짧은 지난 시간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 배구여제의 부재를 깊게 실감하게 했던 바로 그 김연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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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 시즌, 지난해 6위였던 흥국생명을 1위로 끌어올리는 도전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연경은 이 도전을 기꺼이 즐기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사진=천정환 기자 |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도 마찬가지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순찬 감독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가장 궁금한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선수들도 준비를 많이 했다. 경기장에서 보시면 우리 팀이 어떤 팀이란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흥국생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디어데이 종료 후 만난 김연경의 표정에도 부담감이나 초조함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신중함 속에서 여유와 함께 자신감이 한껏 흘렀다.
김연경은 “그냥 뭔가 좋다. 잘 준비한 것 같다. 나도 나지만 어쨌든 팀 쪽으로 준비를 잘 한 시즌인 것 같아서 기대도 많이 된다”면서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했는지를 다 아니까 어쨌든 우리가 준비한 거를 좀 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몇 번이나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단순히 복귀 시즌이라서가 아니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땀을 쏟았다. 상당한 공백이 있었던 기간, 긴 개인훈련과 집중도 높았던 팀 훈련을 통해 김연경과 흥국생명 모두 담금질을 거쳤다.
일각에서의 실전감각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김연경은 “생각보다는 안 되더라. KOVO컵에서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그런건 없다”면서 “또 최근에 연습경기를 너무 많이 했다. ‘이렇게까지 연습경기를 시즌 전에 많이 한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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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의 구단 감독들은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을 우승후보로 지명했다. 모든 팀이 흥국생명을 지목하지 않는 상황에 김연경은 생경함과 함께 승부욕도 함께 드러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매년 국내외 리그 경기를 빼곡하게 소화하고 대표팀에 소집돼 강행군을 한 채 새 시즌을 맞이하는 생활을 오랜 기간 해왔던 김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리그의 종기종료와 대표팀 은퇴로 모처럼 긴 휴식기를 거쳤다. 그 기간도 미국 전지훈련과 휴식, 7월 이른 팀 훈련 합류로 알차게 보냈다.
김연경은 “항상 대표팀에서 피곤한 상황에서 리그를 시작했다고 하면 이번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을 했다. 그런 면에서 참 좋은 비시즌이 됐던 것 같다.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나. 준비는 됐다”며 흘렸던 땀방울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흥국생명이 초반 보여줄 돌풍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연경은 “우리가 또 몰아칠 정도의 그런 (전력) 게 아니어서 올 시즌 36경기에서 한 20승 정도를 거뒀으면 좋겠다. (봄배구에선)또 모르는 거니까. 일단 목표는 그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지난해 3위였던 GS 칼텍스가 20승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10승과 6위에 그쳤는데 최소한 10승을 더 추가하고,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하지만 배구여제의 눈과 목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연경은 “우승후보라고 하지만, 그런데 생각보다 우승 후보 지명이 많이 안 나오긴 했더라”면서 예전과 비교해 낯선 분위기에서 받은 생경함을 전한 이후 “그래도 어쨌든 우리는 말보다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기는 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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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구여제는 현실적인 목표를 20승으로 밝혔지만 더 높은 순위로 향하는 챌린지에 대한 각오도 드러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러면서도 김연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이만큼 노력을 했으니까 그걸 보여줄 수 있느냐가 진짜 챌린지가 될 것 같다. 도전이...하나의 도전이 될 것 같다”면서 “그래서 마냥 우승보다는, ‘한 명 들어왔으니까 올라간다?’ 이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느냐’와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냐’가 도전인 것 같다. 그래도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의 말대로 1명의 선수 복귀로 하위권이었던 팀이 단숨에 우승 전력이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준비한 배구를 보여주면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면 충분히 저력 있는 시즌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그 최종 목표에 우승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국내 복귀, 수많은 팬들의 함성이 그리웠다. 김연경은 “팬들의 성원이 기대가 많이 된다. 인천 삼산체육관 홈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도 너무 기대된다. 또 이제 전국을 돌 텐데 (새롭게) 광주까지 많이 가게 되는데 가는 곳마다 팬들이 응원해주실 것 같다”면서 “그 기운에 힘을 받아서 좋은 경기력을 보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연경이 돌아와 다시 달라질 한국 여자배구의 판도, 흥국생명의 재도약과 이를 저지하려는 타 팀들의 노력, 치열하게 전개될 여자배구의 시즌에 대해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청담(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