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의 길을 택한 두 형제가 월드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다. 이보다 더 극적인 스토리가 있을까?
19일(한국시간) 부터 시작되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형제 대결이 예정돼 있다. 형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포수 오스틴 놀라(33)와 동생 필라델피아 필리스 투수 애런 놀라(29)가 모두 로스터에 포함됐다.
오스틴은 샌디에이고의 주전 포수고, 애런은 필라델피아의 2차전 선발이다. 둘의 맞대결은 불가피해보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에서 형제 대결이 벌어지는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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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 경기에서 만난 놀라 형제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
19일 1차전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애런은 "형이랑 전날 만났을 때 경기 얘기는 많이 안했다. 유일하게 얘기한 것은 이번 시리즈가 (둘이 만나는) 마지막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이번 맞대결을 엄청난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두 형제가 이 자리까지 온 길은 사뭇 달랐다. 어렸을 때는 동생이 "형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동생이 형을 우러러보는 관계였지만, 빅리그로 오는 길은 동생이 더 순탄했다. 동생 애런은 2014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필리스에 지명돼 바로 다음해 빅리그에 데뷔, 선발 투수로 자리잡은 반면 오스틴은 2012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에 마이애미 말린스에 지명된 이후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9년에 뒤늦게 데뷔했다.
오스틴은 "우리가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근면함과 일에 임하는 자세는 비슷하다. 동생은 내가 처음 빅리그에 올라왔을 때 베테랑 빅리거로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빅리그 선배'인 동생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형의 첫 콜업 소식을 부모님을 통해 처음 전해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애런은 "매 번 오프시즌 때마다 그는 내게 '올해는 반드시 올라갈 거야. 될 때까지 해볼 거야'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보다 데뷔는 늦었지만, 그는 이 NLCS라는 큰 무대에 오르게됐다"며 형의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서로 다른 팀이지만, 오프시즌 기간에는 불펜 투구를 함께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애런은 "형은 몇 가지 문제들을 내 기억에서 계속 환기시켜주기 위해 계속 얘기를 해주며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형의 조언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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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라?Q아 2차전 선발 애런 놀라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
오스틴은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밝히지는 않겠다. 아마 연말 모임 때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동생 애런은 "상대하면 잡으려고 할 것이다. 처음 상대했을 때처럼 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서로 승부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웃을 잡고 형을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그렇다면 이들의 부모님은 어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올까?
오스틴은 "샌디에이고에 계실 때는 갈색과 금색(파드레스의 상징색)을 입고 오시는 것이 맞는 거 같다. 필라델피아로 가면 약간은 숨겨야 할 것이다. 중계 카메라가 두 분을 놓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두 분도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애런은 "부모님께 물어봐야 할 거 같다. 아버지의 경우 보통은 유니폼 두 개를 모두 준비하셔서 내가 던지는 날에는 필리스 옷을 위에 입으시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반대로 하신다. 형이 거의 매일 뛰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파드레스 유니폼을 더 자주 입으실 거 같다"고 말했다.
1차전 부모님의 입장권은 누가 챙겼는가를 묻는 질문에 애런은 "형이 챙겼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스틴과 애런, 두 형제는 전날 훈련을 마친 뒤
오스틴은 이에 대해 미소와 함께 "첫 두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달렸다"는 답을 내놨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