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부터 베이징까지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두 남자, 이승엽, 박진만 감독이 이제는 적으로 만난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신임감독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 제11대 사령탑으로서의 공식 첫 출발을 알렸다.
이 감독이 취임식을 가진 이날 또 다른 곳에선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부임했다. 두산과 삼성은 같은 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 이승엽 두산 신임감독과 박진만 삼성 신임감독은 2000년대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들이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게 된다. 사진=김재현 기자 |
2000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부터 시작된 그들의 국가대표 인연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막을 내렸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 4강 신화의 주역으로서 활약했다.
프로 무대에선 한솥밥을 먹지 못했다. 이 감독이 2003시즌을 마지막으로 일본에 간 후 박 감독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 감독은 취임식에서 “박 감독은 동년배다. 그리고 동기이기도 하다. 시드니부터 베이징까지 국제대회에서 함께 뛰었던 좋은 친구다”라고 이야기했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삼성맨’으로서 데뷔부터 은퇴까지 모두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네이비색 유니폼을 입어야 하며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박 감독을 상대하게 된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받은 사랑은 항상 감사하고 또 가슴 속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며 삼성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박 감독에 대해선 “이제는 상대가 되어 만나게 된다. 친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만큼 두산의 승리를 위해 온 힘을 쏟겠다. 박 감독도 그럴 것이다”라고 선전포고했다.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두 남자가 수장이 되어 두뇌 싸움을 펼친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야구팬들에
이 감독은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되어 야구장과 조금 떨어진 팬들의 발길을 더 불러들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