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키움 히어로즈에 2-0으로 승리한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지켜봤다.
웨스 벤자민은 역대 포스트시즌 중 역대급 투구를 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속도 차이가 확실했고 또 각이 예리했다. 특히 고속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가다가 밖으로 빠졌고 커브로 타이밍도 정말 잘 빼앗았다. 직구도 몸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키움 타자들이 좋다고 해도 결코 손을 댈 수 없는 위력적인 공이었다. 벤자민 때문에 kt가 승리했다.
kt 불펜진은 지난 1차전에서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벤자민이 7회까지 던진 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또 신인 박영현이 2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투수 출신 감독의 굉장히 좋은 판단이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선 투수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무조건 최고의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기용해 밀어붙여야 한다. 김민수의 부담을 줄이고 또 불펜 투수들도 아꼈다. 일석이조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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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벤자민은 역대 포스트시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사진(고척 서울)=김재현 기자 |
다시 벤자민 이야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역대 포스트시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투구였다. 정말 최고였다. 대체 외국인 선수인데 kt가 정말 좋은 선수를 건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벤자민에게 이 정도로 기대를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나 역시 계속 저렇게 던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기에 2차전, 엄청나게 큰 이 경기에서 벤자민이 역대급 투구를 했다는 건 정말 미쳤다는 표현 외 다른 것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kt는 최근 들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팀이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조급해하는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2차전마저 내줬다면 몰랐겠지만 1승 1패, 이제는 좋은 컨디션의 선발 투수들이 나설 수 있다. 그들이 긴 이닝을 소화해주면 키움은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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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요키시도 상당히 잘 던졌다. 그러나 벤자민이 너무 잘 던졌을 뿐이다. 사진(고척 서울)=김재현 기자 |
냉정하게 보자. 키움은 요키시가 상당히 잘 던져줬다. 다만 1회 2점을 주는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1회 때 좋지 않았던 투구 패턴이 2, 3회까지 이어졌다. 변화구 제구가 잘 안 됐는데 오히려 투심으로 승부했다면 잘 통했을 것으로 봤다. 변화구가 kt 타자들의 타이밍에 맞아가는 상황에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변화구로 안타를 맞았다. 결국 투수코치가 한 번 마운드에 오른 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해준 듯하고 그때부터는 정말 깔끔한 투구를 했다.
이정후가 벤자민을 상대로 계속 안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역시 최고의 타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구는 타자 한 명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래서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것이다. 투수가 미치는 것과 타자가 미치는 건 정말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은 역시 투수 싸움이다.
(한화 이글스 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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