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통 큰 결정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승엽이라는 자산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있는 이승엽 벽화를 지우지 않기로 한 결정이 그것 이다.
라이온즈 파크 우측 담장에는 이승엽을 기리는 벽화가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앞에는 한.일 통산 626 홈런을 기리는 조형물도 있다. 팬들에게는 좋은 포토 스팟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 팀의 감독이 된 상황. 이승엽 조차 "삼성 팬들에게 응원해 달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승엽을 기리는 역사를 지우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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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있는 이승엽 벽화.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도 타 팀 감독으로 이승엽 감독을 만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벽화까지 지우며 벽을 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벽화에 대해 구단 차원에서 논의도 한 적도 없다. 우리 선수로서 만들어 낸 엄청난 역사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벽화는 벽화 대로 유지하고 승부는 승부대로 펼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통 큰 결정으로 라이온즈 파크의 명물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라이벌 팀의 감독이 됐지만 삼성 선수로서 세운 놀라운 기록들은 삼성의 몫임을 분명히 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삼성 구단이 다시 한 번 칭찬을 받을만한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삼성 구단의 큰 결심으로 이승엽이 타 팀 감독으로 라이온즈 파크를 찾게 되는 날. 한국 야구는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이승엽 벽화를 남기기로 했다는 MK스포츠 기사를 접한 감독 출신 한 야구인은 MK스포츠에 전화를 걸어 와 "삼성이 정말 통 큰 결단을 내렸다. 내심 벽화가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이승엽이라는 야구 선수가 삼성에서 만든 대기록을 기념할 수 있게 되길 원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선수가 된 이승엽의 역사는 두산 감독이 된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삼성이 포용력을 보이며 팬들은 추억과 미래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됐다. 삼성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 해설 위원도 "라팍의 명물이 사라지지 않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좋은 전통이 이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두산 감독이 돼도 삼성의 레전드 이승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역사와 전통을 만든 선수인 만큼 예우를 받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팬들은 이승엽이 두산 감독으로 간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푸른 피가 흐를 것이라고 여기며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믿었던 레전드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파장이 적을 수 없다. 하지만 삼성의 결단으로 추억의 한 자락을 남겨 놓을 수 있게 됐다. 이승엽 벽화를 향해 두산의 홈런이 날아갈 수도
이승엽이 두산 유니폼을 입었기에 벽화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삼성 팬들에게 자부심이었던 이승엽이 여전히 삼성의 자산임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삼성의 통 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