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매직 히포’를 떠올리게 하는 ‘국민타자’의 화려한 시작, 과연 그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 그리고 엄청난 인기. 프로 스포츠에서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보낸 이가 지도자의 길을 걷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서 성공한 건 아니다. 완전히 다른 분야인 만큼 결과는 매번 다르게 나왔다.
두산 베어스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3번의 정상을 이끈 김태형 감독과 이별한 후 이승엽 감독과 손을 잡았다. 계약 기간 3년, 총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이라는 초대 감독 기준 최대 규모의 거액을 들여 한국야구 최고의 슈퍼스타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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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타자’ 이승엽이 이제는 ‘초보 감독’ 이승엽이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
더불어 5번의 MVP 선정, 5번의 홈런왕, 10번의 골든글러브 등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선수가 바로 이 감독이다. 최초로 은퇴투어를 가진 주인공이기도 하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살리기도 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중심에 섰다.
지도자 커리어는 없다. 하얀 백지다. 은퇴 후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 등 여러 포지션으로 활동했으나 지도자 이력은 없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의 커리어를 뒤로 한 채 ‘초보 감독’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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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직 히포’ 현주엽 전 LG 감독은 부임 직후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그리고 결과는 ‘배드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사진=KBL 제공 |
‘초보 감독’을 위한 구단의 보완책도 비슷하다. 두산은 이 감독의 부족한 지도자 커리어를 보완하기 위해 김한수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했다. 더불어 고토 고지 코치도 영입했다. LG도 다르지 않았다. 현 감독을 위해 김영만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했고 박재헌, 강혁 코치 등 프로·아마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이들을 사단에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현 감독과 함께한 LG는 첫 시즌이었던 2017-18시즌 9위로 추락했다. 2018-19시즌 3위에 오르며 봄 농구를 경험했으나 2019-20시즌 다시 9위로 가라앉았다. 3위로 마무리한 2018-19시즌 역시 제임스 메이스, 조쉬 그레이라는 역대급 외국선수 조합을 갖춰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선수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했고 또 빅맨이었음에도 높은 BQ로 포인트 포워드의 원조격이었던 현 감독이다. 선수로서의 능력이 지도자 커리어에도 영향이 깊다면 현 감독은 무조건 성공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LG는 좋은 자원을 가지고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말았다. ‘초보 감독’이었던 현 감독은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제대로 쓴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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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 커리어가 없는 이승엽 두산 감독, 그는 과연 왕조 재건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
두산은 이 감독 선임 발표 후 이러한 부분을 의식했는지 “이 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두산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들도 정성 평가에 무게를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두산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이 감독이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두산은 다소 애매한 팀이다. 리툴링, 리빌딩, 아니면 윈 나우 등 어떤 것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를 갓 시작했지만 가장 난이도 높은 팀을 맡은 것이다.
현 감독과 차이점은 분명 있다. 농구는 아직 감독의 지배력이 상당히 큰 스포츠다. 코치들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흐름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야구는 분업화가 잘 되어 있는 스포츠다. 물론 현장 판단은 감독의 몫이 가장 크겠으나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초보 감독’이라고 해서 무조건 실패한 건 아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