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엔 여러가지 속설이 있다. 불문율도 적지 않다.
감독 선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정말 많다. 한 팀의 운명을 쥐게 될 인물의 선정 과정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소재다.
최근 두산 신임 감독으로 이승엽 SBS 해설위원이 유력하다는 설이 제기 됐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성과를 냈던 플레이어고 해설 위원으로 현장 감각도 쌓았다. 누구보다 인기 많은 야구인이기 때문에 그가 감독이 된다면 선정 과정부터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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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감독설이 먼저 불거진 이승엽 해설 위원. 사진=김재현 기자 |
잘못하면 두산이 대어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차기 감독으로 먼저 이름이 거명되면 낙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 야구계 속설이다.
그저 '설'이라고 하기엔 무게감이 있는 분석이라 할 수 있다.
구단은 그룹에 감독 후보를 올릴 대 단수 후보로 올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대부분 복수 후보를 추려 윗선에 보고한다. 그 인물들 중 그룹의 낙점을 받은 사람이 감독이 된다.
두산도 이승엽 위원을 여러 후보 중 한 명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유력 후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MK스포츠 취재에 따르면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먼저 나오면 그룹에선 일단 움츠러들게 돼 있다. 후보 측에서 정보를 먼저 흘렸다는 의심도 받게 된다. 여기에 경쟁 후보를 밀고 있던 측의 집요한 방해 공작이 더해진다.
이름이 먼저 알려지면 실제 감독이 되는 일이 대단히 어려워지는 이유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이름이 먼저 알려지고 감독까지 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다. 안 그래도 견제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자리가 감독 후보다. 먼저 이름이 나오게 되면 경쟁 인물을 밀던 측에서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안 좋은 소리들이 먼저 들어가게 돼 있다. 구단 고위층이 결정하는데 지장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먼저 이름이 나오면 감독 될 확률이 많이 떨어 진다"며 "모든 것은 비밀리에 조용히 이뤄질 때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승엽 위원이 실제 감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름이 일찌감치 거명되며 타 후보군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온갖 방해 공작들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견제를 뚫고 실제 감독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먼저 이름이 거명되며 오히려 감독 선임에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 이승엽 위원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대사가 뭐라 입을 열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다.
잘못하면 '김 빠진 콜라'가 될 가능성도 제기 되고 있다.
이승엽 위원이 이런 방해 공작을 뚫고 감독이 된다면 그만큼 구단의 두꺼운 신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고 능력을 인정 받았다고 보면 된다.
이승엽 위원이 실제 두산 감독으로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