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아끼고 싶었지만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아껴두고 있었던 ‘에이스’ 안우진(23)을 선발 카드로 사용했다. 5-1 승리하며 원했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미소는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
키움이 안우진을 아끼고 싶었던 건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루지 못했을 때 안우진을 미리 등판시킨다면 1차전 출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t 위즈와 3위 경쟁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흘렀고 또 승리가 아니면 미래가 없었던 만큼 눈물을 머금고 에이스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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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은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에이스 안우진 카드를 활용, 승리를 차지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안우진은 두산전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키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키움은 두산전 승리로 3위 확정 및 준플레이오프 직행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kt가 남은 2경기에서 1패만 하더라도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kt가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2로 승리하며 상황이 애매해졌다. 이미 가을 야구가 좌절된 NC는 최종전에서 박건우, 박민우, 이명기, 그리고 닉 마티니까지 모두 선발에서 제외했다. 장성우, 그리고 박병호의 홈런이 터지며 kt 스스로 얻어낸 승리였지만 최정예 NC와의 맞대결이 아니었다는 건 키움 입장에선 다소 씁쓸할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 2위를 확정, 이미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룬 LG 트윈스도 일찍 포스트시즌 준비 모드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들은 굳이 kt전에서 총력전을 치를 이유가 없다. 물론 류지현 LG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1승, 1패에 결과가 달라지는 키움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kt는 LG전에서 에이스 고영표를 선발 투수로 정했다. 자력으로 3위 확정 및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거머쥐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고영표는 LG와의 4차례 만남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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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의 가을 야구 플랜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 kt가 11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한다면 모든 게 꼬이게 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
1차전에 안우진이 나서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워진다. 8일에 선발 등판했으니 3일 쉬고 다시 나오기는 힘들다. 만약 키움이 와일드카드전을 치른다면 1차전 선발 투수는 에릭 요키시일 가능성이 높다. 요키시는 KIA전에서 무려 5차례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KIA를 많이 상대한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불리할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을 때 요키시가 호투, 1차전을 승리한다면 안우진이 kt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등판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하지만 1차전에서 패배, 2차전까지 소화해야 한다면 선발 투수 선택부터 머리가
키움이 앞서 언급한 여러 경우의 수를 모두 지우고 3위 확정 및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루려면 kt가 LG에 패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안우진 카드를 일찍 사용한 것이 과연 신의 한 수 였는지 아니면 가을 야구 플랜을 흔드는 악수였을지도 결정된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