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이다.”
두산 베어스의 ‘더 캡틴’ 오재원(37)은 8일 잠실구장에서 정든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인생의 시작을 알렸다. ‘두산 왕조’의 리더였던 그를 외롭게 보낼 두산, 그리고 팬들이 아니었다. 오재원의 은퇴식은 그 무엇보다 화려했고 또 화끈했다. 무려 2만3511명이 운집, 시즌 첫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재원은 두산과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전 은퇴식 1부 행사를 가졌다. 그의 유니폼과 201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후 찍은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 받았다. 이어 두산과 키움의 주장 김재환, 그리고 이용규가 차례로 나와 꽃다발을 전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용규와는 포옹을, 김재환에게는 모자 인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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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영원한 캡틴 오재원이 8일 잠실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사진=두산 제공 |
경기 시작과 함께 오재원은 중계석을 찾아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후 8회 박세혁을 대신해 프로 인생에 있어 마지막 타석을 가졌고 재치 있는 기습 번트를 선보였다. 오랜 시간 야구를 떠나 있어 잘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오재원은 없었다. 그는 힘차게 1루까지 뛰었고 아웃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9회에는 마지막 수비에 나서기도 했다. ‘두산 왕조’의 키스톤 콤비였던 김재호와 함께 나란히 서며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 오재원의 은퇴식 2부가 진행됐다. 가장 먼저 오재원의 선수 시절 활약상과 멋진 입담이 담긴 기념 영상으로 시작을 알렸다. 반가운 얼굴들도 함께했다.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 등 현재 두산 선수들은 물론 양의지, 이용찬, 박건우, 오재일, 이원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재원의 아버지 오병현씨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이 이어지며 감동을 전했다.
영상이 끝난 후에는 오재원의 가족들이 함께했다. 오재원은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오재원은 직접 준비한 은퇴사를 팬들 앞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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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오재원은 8일 잠실에서 진행된 자신의 은퇴식에서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두산 제공 |
먼저 이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캡틴'을 허락해주신 박정원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어릴 적 할아버지, 아빠와 함께 LG를 응원하러 이 야구장에 오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꿨습니다. 그런 엘린이가 대학교 때 김우열 선생님을 만났고 김경문 감독님을 만났으며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의 부름을 받았으니 전 태어날 때부터 두산이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 윤명준, 양의지, 박세혁, 장승현, 최용제, 오재일,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 김재환, 박건우, 김인태, 민병헌, 김현수, 이원석.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내 자랑이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이름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벅찬 3개의 순간과 3개의 반지를 함께 쟁취했던 내 형, 내 동생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이게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두산 또 저의 팬 여러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가득 메워주시고, 박수 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제 다른 오재원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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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오재원은 16번째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그러나 그는 영원한 "두산 왕조"의 리더로서 기억될 것이다. 사진=두산 제공 |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재원이 잠실구장을 한 바퀴 돌며 인사하자
16시즌 동안 두산 유니폼만 입고 두산만을 위해 뛴 ‘더 캡틴’ 오재원. 그의 은퇴식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오재원. 그는 영원히 ‘두산 왕조’를 이끈 캡틴으로서 기억될 것이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