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타자’가 아닌 ‘스페셜 피쳐’로서의 깜짝 등판도 완벽했다. 이대호가 프로 데뷔 이후 22년만에 선 1군 마운드에서 최고 구속 129km의 공을 던지며 한 타자를 땅볼로 직접 잡아 처리했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 8회 초 팀이 3-2로 앞선 상황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개인 통산 첫 홀드를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17시즌, 한미일 무대를 두루 경험하며 22년째 뛰고 있는 베테랑 선수인 이대호지만 투수로 등판하는 것은 최초다. 바로 8일 경기가 이대호의 22년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경기였기에 벌어진 특별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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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가 22년만의 프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
전광판에는 롯데 입단 당시 64번을 달았던 호리호리한 모습의 ‘투수’ 이대호의 사진이 나왔다.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과는 별개로 이대호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부드러운 동작으로 2구 정도 공을 던져 본 이대호는 이후 ‘특별한 타자’를 상대했다.
‘투수 이대호’를 상대로 LG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타석에 내세웠다. 고우석은 경기 상황 중 전략적인 차원에서 10경기에 타자로 기록에 이름을 올린 적은 있었지만 실제 타석을 소화한 적은 없다. 경기 전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은 “이대호가 최고의 타자니 만약 투수로 나온다면 우리 최고의 투수 고우석을 타자로 타석에 내세울 생각”이라고 예고했고 이것이 현실이 된 셈이다.
대망의 초보 투수 이대호의 초구 직구는 126km가 나왔다. 정확한 코스의 스트라이크가 됐다. 고우석도 승부에 진심이었다. ‘타자’ 고우석은 2구째 129km 직구를 파울로 걷어낸 이후 빠진 3구째 볼을 골라내기도 했다. 이어 4구째 127km 직구를 고우석이 때렸내고 타구는 투수 이대호의 정면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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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가 22년만의 프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
그리고 투수 데뷔전 첫 승부를 마친 이대호는 자신의 송구를 1루에서 잡아 준 전준우를 가장 먼저 꽉 안아줬다. 이후 좋은 승부를 해준 고우석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이대호는 구승민과 교체돼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투수 등판을 마무리하고 원래의 1루 자리로 다시 복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꼽히며 ‘조선의 4번타자’로 불리는 지금의 이대호에겐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부산수영초-대동중-경남고 재학 당시 아마추어 선수 이대호는 타자 겸 투수로 활약했다.
롯데도 2001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했던 당시에는 이대호를 투수로 뽑았다. 하지만 이후 타격 재능이 더 있다는 판단 하에 곧바로 타자로 전향했고, 지금의 타자 이대호가 탄생했다.
다시는 볼 수 없기에 더욱 귀했던 팬들을 위한 이대호의 아주 특별한 팬서비스였다. 동시에 이대호 개인으로는 투수로서 첫 홀드도 올렸다. 롯데가 3-2로 리드를 지킨 채 승리하면서 이대호 또한 데뷔 이후 1호 홀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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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가 22년만의 프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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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번호 64번을 달고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던 이대호의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부산=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