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잠시 설렌 사람들만 허무하게 됐다. 이제 고질적인 제구가 잡히나 싶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 일비한 것이 잘못 일수도 있지만 갖고 있는 재능이 워낙 빼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잠시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롯데 광속구 유망주 윤성빈(23)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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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빈이 2군에서 잠시 제구력이 안정된 투구를 했지만 이내 제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사진=천정환 기자 |
제구가 워낙 안 잡히다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입대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 입대에 적합하지 않은 몸 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돌아서야 했다.
결국 어정쩡하게 올 시즌에도 롯데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내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윤성빈의 2군 성적은 15경기 승리 없이 2패1홀드, 평균 자책점 9.74에 그치고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는 다시 희망을 품게 하고 했었다. 제구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지난 24일 상무전과 27일 SSG전서는 각각 1이닝과 3이닝을 무사사구로 매조졌다. 27일 경기서는 3안타를 맞으며 1실점하긴 했지만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았다.
최근 10경기에선 허용한 볼넷이 13.2이닝에서 6개 밖에 되지 않았다. 10경기 평균 자책점은 5.93으로 많이 내려왔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살짝 기대했던 마음에 커다란 돌을 던졌다. 제구력이 다시 무너졌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5일 상무전에 선발 등판 했지만 2이닝 동안 4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피안타는 2개 뿐이었지만 볼넷을 무려 5개나 내주며 자멸했다. 이전 보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음을 보여준 최악의 투구였다.
최근의 좋은 흐름을 모두 날려 버리는 실망투였다.
올 시즌 최종전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마무리를 잘 했다면 좋은 페이스를 캠프로 이어가며 희망을 키워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 경기서 다시 더 나쁠 수 없는 공을 던지며 실망감만 안겨줬다.
윤성빈은 2017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해 2018년 1군에 데뷔한 선수다. 당시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관심을 모았던 투수다.
어깨 부상을 딛고 정상적으로 공을 뿌리기 시작하며 보는 이들을 설레게 했던 윤성빈이다.
롯데를 맡는 감독마다 모두 그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어떻게든 키워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최고 150km가 넘는 광속구를 던질 수 있고 스플리터라는 무기도 갖고 있다.
평균 회전수가 2400rpm을 넘을 정도로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지닌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흔히 말하는 "한 가운데만 보고 던져도 못 친다"는 유형의 투수였다.
구단도 윤성빈에게 투자를 많이 했다.
시즌 중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연수를 보내기도 했고 지난 겨울에는 미국 첨단 투수 교육 기관인 드라이브 라인에서 선진 시스템을 교육 받기도 했다.
훈련 과정에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방이라도 한국 프로야구를 들썩이게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실전에 나서게 되면 늘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 탓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윤성빈은 지난 해 2군에서도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다.
23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 자책점 10.88의 최악투를 보여줬다.
22.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33개나 기록됐을 만큼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2군에서도 제구를 잡지 못하는 투수에게 1군 기회가 돌아갈리 만무했다.
1군 통산 기록은 2승6패, 평균 자책점 6.75다.
최
윤성빈에게 거는 기대는 정말 헛된 것일까. 갖고 있는 재능이 너무나 대단한 것이기에 실망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윤성빈의 천재적 재능은 언제쯤 빛을 보게 될까...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