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MVP를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있다.
LG 오지환(32)이 주인공이다.
오지환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61 25홈런 84타점 20도루. 출루율은 0.349로 높지 않고 장타율은 0.466으로 유격수 치곤 높은 편이다. 20(홈런)-20(도루)을 해내기는 했지만 MVP가 되기엔 분명 모자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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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환(왼쪽)이 홈런을 친 뒤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LG 한 코치는 "내 마음 속 MVP는 오지환이다. 팀 플레이어로서 선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선수다. 지금껏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야구는 단체 스포츠지만 개인적인 부분이 많은 것을 차지하는 스포츠다. 개인 성적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개인 성적을 그럴 듯 하게 보이게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경기에 나가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걸 뭐라고 탓할 수 없다. 오지환은 그런 잔머리가 없는 선수다. 나갈 수 있느냐고 물으면 늘 "네, 할 수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쉬고 싶을 때도 있고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기도 있다. 하지만 오지환은 돌아가지 않는다. 전 경기에 출장해 모든 경기서 이기고 싶어 한다. 진정 팀을 위해 뛰는 선수에게 MVP를 줘야 한다면 난 당연히 오지환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오지환은 내가 본 선수 중 최고의 팀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오지환은 타율 관리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선수다. 대부분 선수들이 상대가 너무 강하거나 상성이 너무 맞지 않으면 경기에 나서는 것을 꺼려 한다.
이런 부분을 잘 관리해 주는 것이 감독의 덕목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이런 관리와는 거리가 먼 선수다. 어떤 경기든 나가서 부딪히고 이겨내려 한다. 그가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는 이유다.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서는 조금 쯤 관리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오지환의 약점으로 꼽히는 타율은 관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디자인이 가능하다.
물론 일정 수준의 타격 능력이 있는 선수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지만 오지환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꾸미기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잘 쳐 보이는 숫자로 만드는 것은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지환은 그런 쪽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무조건 나가서 부딪혀 이겨내는 것만 생각한다.
LG의 또 다른 코치는 "오지환이 워낙 파이팅이 넘치고 돌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도 오지환의 눈치를 보게 된다. 쉬고 싶은 경기도 오지환이 있기에 그냥 눈 감고 나가는 선수들이 생길 정도다. 그만큼 오지환의 희생은 영향력이 크다. LG 가 모래알 같은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데는 오지환 같은 선수의 역할이 대단히 컸다"고 설명했다.
시즌 후 오지환이 MVP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 개인 성적이 자격 요건을 충족 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에
이 시대 최고의 팀 플레이어 오지환. 그는 오늘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팀의 우승을 위해서.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