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롯데 자이언츠는 큰 전력 누출을 경험했다.
붙박이 우익수이던 손아섭(36)이 FA 자격을 얻은 뒤 NC로 떠났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롯데 잔류를 우선시 했지만 롯데의 제안은 손아섭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결국 안타까운 이별을 경험해야 했다.
↑ 롯데 "빅 보이"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관심은 롯데가 이대호 공백을 어떻게 메우려 할지로 모아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손아섭이 떠난 뒤 성민규 롯데 단장은 FA 선수 영입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손아섭의 빈 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돌아가며 메꿀 수 있다"고 장담 했었다.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강한 선수들을 플래툰으로 기용해 공백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결과는 대 실패였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생각보다 더뎠고 적임자를 찾느라 아까운 시간만 보내야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황성빈이나 고승민 같은 유망주들이 발굴된 것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이 내년 이후에도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1년 반짝 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을 우리는 수 없이 지켜봐 왔다.
황성빈과 고승민이 그럴 선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으니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직 완성형이라 할 수는 없다.
롯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또 한 명의 선수와 이별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선수의 팀 내 비중이 너무나도 크다. 은퇴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다.
주인공은 모두가 알다 시피 이대호다.
이대호는 24일 현재 타율 0.335 21홈런 9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이 0.379로 높고 장타율은 0.499나 된다. 롯데가 중시하는 OPS가 0.878에 이른다.
올 시즌이 끝나면 고스란히 롯데에서 빠져 나갈 성적이다. 특급 선수 한 명의 유출을 또 다시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문제는 롯데가 이에 대한 대비가 돼 있느냐다. 이대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FA 영입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나 성민규 단장은 FA 영입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비판적 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이번 이대호 공백도 FA 보강 없이 넘어가려 할 수도 있다. 또 뭔가 다른 대안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롯데 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이대호 공백은 선수 돌려 막기로 끝낼 수 있는 구멍이 아니다. 팀의 중심을 잡아 줄 대형 선수 영입이 꼭 필요하다. 그것이 트레이드가 됐건 FA가 됐건 올 스토브리그서 롯데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롯데는 이대호라는 큰 산을 등에 업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제 그마저 빠져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번 돌
올 스토브리그서 롯데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대형 전력 보강 없이 겨울을 보낸다면 롯데는 올 시즌 보다 더 큰 장벽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