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과 단 1승 차이다. 팀에서 방출 돼 연봉 1억 원에 합류한 선수가 11승이라는 기적을 썼다. 그것도 내년 마흔이란 나이를 몇 개월 앞두고. 바로 SSG 랜더스의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 노경은(38)의 이야기다.
노경은은 22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 1-1로 팽팽히 맞선 8회 초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이어 8회 말 팀 타선이 9점을 폭발시키면서 최종 10-1로 승리. 시즌 11승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노경은은 선발과 구원으로 36경기에 출전해 11승 5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 2.84의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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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방출 이후 입단 테스트를 통해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노경은이 9년만에 10승 고지를 밟은데 이어 11승째를 수확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선발승이 아닌 구원승이 포함된 결과지만 개인 한 시즌 마지막 10승 고지를 밟은 게 지난 2013년 두산 시절(10승 10패)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노경은은 다승 부문 순위에서도 리그 공동 10위, 팀 내에서는 3위에 올라있다. 팀 1위 폰트(13승)에 이어 2위 김광현(12승)과 비교해 단 1승 차이다. 물론 선발로 든든히 자리 잡고 있는 폰트와 김광현의 선발 기여도와 동등한 선상에서 승수를 비교할 순 없지만 승리 그 자체로 팀에 기여했다는 게 의미가 크다.
후반기엔 노경은 승리는 필승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 노경은에게도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 들어 안타 허용과 실점이 늘었기 때문이다. 구원 전환 이후 두산 베어스 정철원에 이어 구원투수 가운데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등판이 잦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힘이 빠진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22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노경은은 “체력이나 구위가 떨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볼에 힘은 있고 직구 구속이 149km까지 나왔을 정도로 공 자체는 좋은 편”이라면서 체력 부담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힘들다는 내색조차 전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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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기에는 최고령 선발투수로 후반기에는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며 구원 투수 가운데 리그 2번째로 많은 공을 던지고 있지만, 노경은은 힘들다는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개인 기록이 나빠진 것은 관심이 없다. 노경은은 “팀이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삐끗한 게 아쉽다”면서 “나는 우리 팀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하늘에 달린 것 아니겠나.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22일 경기 노경은은 깔끔한 투구로 자신의 다짐을 실현해 보였다. 2위 LG와 경기 승차를 3.5경기로 벌린 귀중한 승리.
이제 한결 여유가 생긴 SSG지만 불펜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경은과 문승원을 포함한 구원투수들이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 경험, 구위, 능력면에서 안정감이 중요한 자리에 이들 베테랑을 대체할 선수를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이후 입단 테스트를 거쳐 노경은이 SSG에 합류했을 때, 그가 11승을 올릴 거라고 생각했던 이가 누가 있었을까. 올해 전반기는 최고령 선발투수로
올해 한국 나이 39세, 연봉 1억 원 베테랑 투수 노경은의 기적 같은 활약이 SSG를 눈부신 가을로 이끌고 있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