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올해 농구월드컵은 역대 가장 암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2일 호주 시드니 슈퍼 돔에서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호주 여자농구 월드컵 중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44-107로 패했다. 무려 63점차 패배다.
63점차 패배는 역대 한중전 최다 점수 패배다. 한국은 2년 전 2월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60-100, 40점차로 패한 후 23점이나 더 내준 치욕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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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농구월드컵 중국전에서 63점차 대패했다. 사진=FIBA 제공 |
문제는 중국전 패배가 시작이라는 점이다. 첫 경기 후 정선민 대표팀 감독은 체력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체력 문제를 언급한다면 앞으로 이어질 타이트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가능성은 0%다. 더군다나 중국만큼 강한 상대를 연달아 만난다. 5전 전패, 2014년부터 이어진 연패가 문제가 아니다. 63점차보다 더 큰 점수차로 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1승 상대가 없었다. 그나마 러시아를 대체한 푸에르토리코가 언급됐으나 이중국적 선수인 아렐라 기란테스, 귀화선수 미아 홀링셰드가 새로 합류하기 전 평가였다. 기란테스와 홀링셰드는 존쿠엘 존스가 버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82-58로 크게 꺾었다. 특히 기란테스는 26점 9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으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한국의 1승 상대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존스는 지난 19일까지 WNBA 파이널을 소화한 후 곧바로 호주로 향했다. 시차 적응 및 컨디션 문제가 있어 푸에르토리코전에서 정상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은 존스가 어느 정도 적응을 마무리할 24일에 만난다. 정상 컨디션의 존스는 일본조차 막아내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이다.
이외에는 벨기에와 미국을 상대한다. 세계 여자농구의 신흥 강호 벨기에, 중국보다 월등히 강한 미국이다. 특히 미국전에서는 그들이 자비를 베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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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농구를 10년 넘게 이끈 김단비. 어쩌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는 올해 중국전 대패는 그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결과였다. 사진=FIBA 제공 |
다른 국가들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여러 평가전을 치렀다. 아시아로 한정해서 보더라도 중국은 벨기에,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렀고 일본은 호주와의 3차례 평가전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라트비아, 프랑스 등 여러 국가와 평가전을 소화했다.
한국은 라트비아와의 2차례 평가전이 전부였다. 주축 선수가 모두 빠진 라트비아를 상대로 간신히 2연승을 거뒀다. 이후 다음 플랜은 없었고 그대로 월드컵에 나섰다. 중국전 63점차 패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대패에 놀랄 이유가 없다. 당연한 결과다.
한국의 이번 월드컵이 또 한 번 실패로 마무리된다면 농구계에 종사하는 모두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태극마크를 품고 외로이 월드컵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단에만 채찍질해서는 안 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한국, 정확히 한국 여자농구는 10년 전만 해도 세계농구와의 레벨 차이가 지금만큼 크지 않았다.
중국전 63점차 대패가 하나의 큰 충격으로 다가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지수가 돌아와도 결과는 똑같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