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쓰면 정말 안된다.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젊고 가능성 있는 신예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두산 필승맨 정철원(23) 이야기다.
정철원은 22일 고척 키움전서 1.2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따냈다. 시즌 19홀드. 이제 1홀드만 더 채우면 생애 첫 20 홀드를 데뷔 시즌에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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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원이 1군에서만 투구수 1000개를 넘겼다. 이 페이스라면 1,2군 합쳐 100이닝 투구도 가능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말려야 한다. 사진=천정환 기자 |
정철원은 22일 현재 53경기서 67.1이닝을 던졌다.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투구수를 보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철원의 지금까지 투구수는 1060개나 된다.
22일 경기서도 무려 40구의 공을 던졌다. 4일만의 등판이기는 했지만 그 전엔 3연투를 했었다. 이전 투구수와 상관 없이 한 경기 30구 이상 투구한 선수는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두산 불펜에 믿을 만한 투수가 크게 부족한 탓에 정철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철원이 좀 더 던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기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정철원은 보호를 받아야 할 유망주 투수다.
정철원은 올 시즌 1군에서만 던진 것이 아니다. 2군에서도 등판 기록이 있다.
2군에서의 정철원은 11.1이닝을 던졌다. 1,2군 등판 이닝을 더하면 80이닝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토탈 100이닝 까지도 가능한 상항이라 할 수 있다. 두산이 절대 넘어서는 안될 선이다.
정철원은 이전까지 1군 등판 기록이 없는 투수다. 상대적으로 팔꿈치나 어깨가 싱싱할 수 있다. 체력 훈련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선수인 덕에 지금은 크게 힘이 안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데뷔 첫 해 부터 불펜 투수가 100이닝 가까이를 던진다는 건 위험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정철원은 좀 더 보호를 받아야 한다.
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 생명을 건 도박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일단 23일 경기서라도 정철원을 휴식조로 편성해야 한다. 만에 하나 오늘까지도 등판한다면 그건 감독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지도 않겠지만 만에 하나 정철원을 또 쓴다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관리 모드에 들어가도 늦은 판국에 더 무리까지 시킨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될 것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적어도 하루의 휴식일은 보장해 줄 것이라 믿는다.
정철원은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만큼 개인 성적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하지만 타이틀 하나를 따내기 위해 미래를 담보 잡힐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제는 호흡 조절을 할 때다. 두산이 깊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인 만큼 더 소중하고 아껴가며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