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계약은 실패로 결론이 났다. 남은 것은 명예로운 마무리를 하며 새 출발을 모색하는 길 뿐.
'실패한 69억 포수'가 꿈꿀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팀의 우승을 이끈 '우승 포수'라는 영광을 안는다면 지난 시간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는 만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새 출발에도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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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의 FA 계약은 실패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상당 부분은 만회를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재원은 4년 전 총액 69억 원에 SK(현 SSG)와 FA 계약을 맺었다. 옵션이 단 1원도 붙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당시에도 거품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SK는 공.수에서 모두 활용 가치가 높은 이재원을 놓칠 수 없었다고 했었다.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했다는 뜻이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재원은 FA 계약 이후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비 능력은 어느 정도 살아 있었지만 타격에선 보여준 것이 거의 없었다. 부상까지 잦았던 탓에 팀 공헌도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장타력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발이 느린 이재원은 장타가 아니면 팀 공격력에 대한 공헌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 내내 한 번도 4할대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완벽한 실패였다.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지만 공격 능력에선 여전히 낙제점을 받고 있다.
20일 현재 이재원의 타율은 0.206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이 0.306에 불과하고 장타율은 0.289로 수준 이하다. OPS가 0.595에 불과하다. 타석에서의 이재원은 팀에 거의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안정된 투수 리드를 바탕으로 김광현 등 에이스급 투수들의 리드를 전담하고 있다. 이재원이 포수로 앉아 있을 때 안정감이 크게 살아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수비 지표가 많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포수의 수비 능력을 부각 시킬만한 데이터는 많지 않지만 이재원이 수비형 포수로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물론 현대 야구는 포수의 공격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전력 분석팀 강화와 각종 데이터의 등장으로 포수의 볼 배합 등 경기 운영 능력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어든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포수의 수비 만으로는 더 이상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이재원은 그런 흐름에는 뒤쳐져 있다.
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끈 포수의 가치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 시즌을 책임지며 팀 마운드를 이끈 공헌도는 현대 야구에서도 꾸준히 인정을 받는 대목이다.
특히 현재 SSG는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내내 1위를 지키며 우승하는 것)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2위 LG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이 위기를 넘겨줘야 하는 것이 SSG 포수, 특히 이재원이 해야 할 일이다. 이 고비를 넘어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이재원에게는 '우승 포수'라는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다.
2차 FA 대박은 물 건너간 상황. 재계약 테이블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점하기 위해선 이재원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절실하다 하겠다. 돈을 떠나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우승은 절대 조건일 수 밖에 없다.
개인 기록은 더 이상 나아지길 바
이재원은 그에게 남아 있는 시나리오 중 최상의 각본인 통합 우승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2022 시즌의 마지막 날 사람 좋은 이재원의 밝은 미소를 보게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