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두산 베어스의 한축을 담당했던 우완투수 이영하가 고교시절의 특수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황. 하지만 두산은 애초부터 또 다른 학교폭력 전력의 김유성의 최상위 지명을 계획했고, 기회가 오자 곧바로 실행했다.
후폭풍이 일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론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지명 이후 전개될 상황을 감당하는 건 두산 구단과 선수의 몫이 됐다.
두산은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지명 권리를 써서 고려대학교 우완투수 김유성(19순위)을 지명한 것을 포함해 총 11명의 신인선수 지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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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학폭논란으로 프로지명이 철회 된 김유성(고려대학교)이 최근 학폭 이슈로 기소된 이영하의 소속 구단 두산 베어스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지명 후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특히 마운드 리빌딩이 절실한 두산이 꽤 오랜 시간 전부터 김유성의 최상위 순번 지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다. 그리고 그 소문은 결국 두산의 지명으로 사실이었음이 밝혀졌다. 기량만 놓고 보면 150km의 강속구와 프로 레벨의 변화구를 던지는 김유성의 지명은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문제는 김유성이 또 다른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을 기량 외적인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 NC 다이노스에 1차 지명을 받았던 김유성은 내동중학교 재학 당시 폭력을 행사한 것이 밝혀져 프로 지명이 철회된 바 있다.
당시 김유성은 2020년 9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 자격 정지를 받았고, 10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런 이유로 고려대학교 진학 이후 1년 간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고, 2년 후인 올해 얼리드래프트 자격으로 2023 신인드래프트에 다시 문을 두들겼다.
일각에서는 1라운드 지명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KBO 규약에 따라 불가능했다. 결국 김유성의 이름이 언제, 또 어느 구단을 통해서 불릴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15일 드래프트 현장, 두산은 1라운드 북일고 투수 최준호(9순위)를 지명한 이후 2라운드 전체 19순위 지명 차례가 오자 ‘타임’을 외쳤다. 제한 시간 2분 가운데 1분 40초 이상을 써서 고민하던 두산이 ‘고려대학교’를 호명하는 순간 장내가 시끄러워지면서 크게 술렁였다. 김유성이 지명될 것이 유력했기 때문. 그리고 두산은 이어 김유성의 이름을 불렀다. 1라운드에서 김유성을 뽑을 수 없었기에, 사실상 두산은 김유성을 뽑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기회에 그를 붙잡은 셈이 됐다.
그렇다면 두산이 김유성을 지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드래프트 종료 후 김유성 지명 이유에 대해 김태룡 두산 단장은 “고민이 많았다. 대학교 진학 이후 공을 던지면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김유성의 ‘반성’을 지명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두산을 제외한 다른 구단은 '김유성 지명'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두산을 뺀 9개 구단도 모두 고민했다. 결론은 지명 불가였다. 두산만 위험과 비난을 무릅쓰고 실행에 옮겼다.
김유성은 아직도 논란의 불씨를 그대로 안고 있다. 김해중 재학 3학년 당시 폭력을 행사한 것이 밝혀졌던 김유성은 2017년 교내 학교폭력위원회로 회부 돼 5일의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또한 이듬해인 2018년 1월에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았지만,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 못해 20시간의 심리치료 수강,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아직까지 김유성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상태다.
아마추어 야구계의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유성의 부모 측과 피해자 부모 측의 갈등의 골이 깊었다”라며 “이후 김유성 측에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의 일련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갈등이 커진 채로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김유성의 현재 상황을 귀띔했다.
징계 당시 김유성 측은 1년 자격 정지를 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법정공방을 벌였고, 피해자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자격정지 무효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피해자 측 명예훼손도 무혐의로 최종판결이 났다. 송사까지 벌인 상황에서 김유성 측은 여전히 피해자 측에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도 못했다.
사건 이후 학폭 관련 합의 및 용서 등의 상황에 대해 두산도 아직 확실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태룡 단장은 “지금 현재 선수의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선수 쪽과 만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듯 싶다. (김유성의) 기량 자체는 즉시전력감으로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애초에 김유성의 지명을 계획하고 있었던 두산이다. 지명 직전 ‘타임’을 외치고 고민했던 것에 대해서 김 단장은 “1라운드 지명이 안 되니까 2라운드 순번까지 기회가 온다면 ‘지명을 한 번 해보자’라고 계획했었다”면서 “타임을 걸었을 땐 다른 투수와 비교하면서 고민을 조금 했다. 구단이 선수와 만나서 문제가 있는 건 해결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도와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두산이 세간의 비판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초유의 현역 특수폭력-강요-공갈 혐의의 불구속 기소 당사자인 이영하의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폭력 전력으로 타 구단이 기피한 김유성을 상위 지명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알려진 소문과 달리 우리 구단은 이영하-김대현 의 학폭 기소 이후 김유성 지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2라운드 두산에 앞서 2번의 지명권리가 있었던 키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선택의 책임은 두산이 져야 할 몫이다. 아직 학폭 기소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영하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김유성의 경우는 이미 법적인 처분은 받았지만, 사회 통념상의 용인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학교폭력의 경우, 사법적인 죄의 정도는 중범죄에 비해 떨어지더라도 사회적인 관념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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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구)=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