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울 만한 성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생겼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라이벌전에서 5-0 완승을 챙겼다. LG는 75승 45패 2무를 기록하며 같은 날 롯데 자이언츠에 패한 선두 SSG 랜더스(79승 43패 2무)와 격차를 3경기로 줄였다.
이날 캡틴 오지환(32)이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었다. 오지환은 6회초 이승진을 상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그리고 2루 도루를 훔치며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유격수로서는 역대 6번째(이종범(1996, 1997), 강정호(2012), 김하성(2016, 2020)), LG 구단 통산 4번째(송구홍(1992), 김재현(1994), 이병규(1999))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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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환이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사진(서울 잠실)=이정원 기자 |
경기 후 만난 오지환은 "정말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멋있게 슬라이딩해서 들어가고 싶었는데 서서 베이스를 들어갔다"라며 웃은 뒤 "자연스럽게 기록이 나왔다. 위에 했던 하성이나 형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이종범 감독님 같은 대단한 분들을 다시 소환하게 돼 뜻깊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1999년 30-30클럽에 가입한 이병규 2군 코치 이후, LG 선수로서는 23년 만에 대기록이다. 23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역시 "되게 오래 걸렸는데 내 이름이 기억될 수 있어서 좋다. 내세울 만한 성적이 생겼다. 또 한 팀에 있고, 아버지가 되다 보니 자식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생겨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간 오지환은 "사실 더 큰 꿈을 꾸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 타격 코치님들, 스승님들에게 감사하다. 줄곧 기회를 받았는데 내세울 성적이 없었다. 현수 형에게도 감사하다. 그동안 난 위기가 많았다. 현수 형이 수많은 경험들을 공유해 줬는데, 그것 때문에 아직도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본다. 나 역시 그 영향을 받아 강남이에게도 주고 해민이 형에게도 줬다"라고 덧붙였다.
체력 소비가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20-20 클럽을 달성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지환이 달성 전까지 단 3명의 선수에게만 허락된 기록일 정도로 어렵다. 간단한 기록이 아니다.
오지환은 "체력은 자신이 있었다. 조금 아픈 부위가 있어도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웬만한 잔부상 정도는 참고 뛰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작년에 수술을 했기에 올해는 체계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상상했던 모습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내가 봐왔던 유격수 상은 이런 거였다. 타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20홈런을 치면서 주전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타율까지 좋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페이스가 길게 가는 게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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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환에게 만족은 없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호타준족의 상징이라는 20-20클럽을 가입했다. SSG 박성한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오지환은 늘 자신은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쳤는데, 20-20클럽 가입으로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을 조금 높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모르겠다. 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오지환을 두고 류지현 감독은 "오지환의 20-20을 축하한다.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다"라고 극찬했다.
[잠실(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