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에게 2019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러다 진짜 뒤집힐 수 있는 위기다.
SSG는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서 9회 말 대거 5점을 내준 끝에 8-9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같은 날 2위 LG 트윈스는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에 승리, 선두 SSG와 경기 승차를 3경기로 좁혔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SSG의 아성도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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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두 SSG 랜더스가 2위 LG 트윈스에 3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2019년 당시 두산 베어스에 역전 우승을 내준 악몽이 떠오르는 최근 상황이다.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분위기 반등이 절실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특히 SSG는 최근 10경기에서 거둔 3승1무 가운데 1승1무가 LG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정작 지난 6~7일 순위 경쟁 팀인 LG와의 잠실 2연전(1승 1무)을 우세로 잘 마치고도 이후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SSG의 입장에선 최근 LG와의 2연전을 마친 이후 경기 승차를 5경기로 다시 늘리고, 맞대결 경기는 단 한 차례만 남겨두면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후 잔여 시즌 5할 승률만 유지하더라도 LG는 7할 중반대의 승률을 기록해야만 뒤집을 수 있었던 상황.
단 이 가정에서도 SSG가 승률 5할 이하의 성적으로 추락한다면 자력으로 무너지는 경우의 수는 있었다. 다만 올 시즌 내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던 SSG가 갑작스레 무너지는 시나리오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그 위기가 현실로 나타난 모습이다.
동시에 LG는 후반기 23승 1무 14패(승률 0.622)의 성적으로 기간 승률 1위에 올라 있다. 이런 흐름이 교착되면, SSG와 자연스레 교차하는 구간이 생기게 되고, 그건 LG에겐 선두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3일 사직 롯데전이 충격적이었던 건 마무리 투수 문승원을 내고도 4점 차를 지키지 못해 패했기 때문이다. LG와 2연전 이후 최근 5경기에서 SSG는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 11일 한화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패배했다.
자칫 흐름과 분위기를 모두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13일 역전패를 충격적인 것은 물론, 향후 문승원 클로저 체제를 유지할지, 혹은 다른 투수로 누구를 내세워야 할지도 고민이 되는 결과였다.
SSG의 입장에선 이 상황들은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이었던 2019년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SK는 120경기를 치른 당시였던 8월 24일까지 2위 두산과 7.5경기 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16경기에서 9승 15패(승률 0.375)라는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고, 두산은 같은 기간 18승 1무 8패(승률 0.680)를 기록하면서 시즌 최종일 승률이 동률이 됐다. 그러나 상대전적에서 뒤지면서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내줬고, 가을야구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올 시즌 SSG 선수단이 선두를 고수하면서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것도 2019년의 악몽을 재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SSG에게 필요한 건 어려운 상황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올해 최강팀의 자격이다. 지금 선두를 뺏기는 건, 누가 봐도 자멸에 가까운 결과다. 악몽에서 깨어나는 일도 먼저 눈을 뜨고 다시 일어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