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거포' 박병호(36)는 현재 KBO리그서 홈런을 가장 많이 치는 선수다.
8월3일 이후 한 달 넘게 홈런이 없어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7일 수원 한화전서 다시 홈런포를 가동하며 시즌 33호째를 기록했다.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인 만큼 40혼런 고지를 위해 재시동을 걸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박병호에겐 시즌 후에도 무거운 책임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번 타자를 맡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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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BC 국가대표 4번 타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병호. 사진=천정환 기자 |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야구 인기 부활이라는 숙제가 조금은 풀릴 수 있다.
타선의 상징성이 가장 높은 4번 타자로 홈런을 가장 많이 칠 수 있는 박병호가 거론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우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서 실패를 경험한 타자다.
각 나라의 대표들로 다양한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하는 WBC서 박병호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 있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박병호는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였다. 90마일(약 145km) 이 넘는 빠른 공 공략 타율이 크게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메이저리그엔 150km를 훌쩍 넘기는 광속구 투수들이 즐비하다. 라이벌 일본에서도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매우 많다.
박병호가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면 국가대표 4번 타자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박병호의 세부 성적을 분석해 보면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150km가 넘는 공에도 훌륭하게 적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35km 미만의 볼에는 0.2555로 평범한 타율을 남겼다.
135km 이상 140km 이하 구간에선 타율이 0.241로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140km에서 145km 구간과 145km와 150km 사이 구간에선 2할 9푼대로 타율을 끌어 올렸다.
가장 중요한 150km 이상 구간에선 타율이 무려 0.412나 됐다. 이른바 광속구로 불리는 구간에서 오히려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KBO리그서도 150km를 넘기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만 해도 150km가 넘는 공은 잘 상대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빠른 공 투수들이 늘어나며 적응력 또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공의 무브먼트나 회전 등 국내 투수들 보다 강한 면모를 갖고 있는 메이저리거들이겠지만 적어도 공이 빨라서 못 칠 것이라는 우려는 접어둬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박병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력도 빠르게 끌어 올렸다. 더 이상 박병호가 '강속구에 약한 타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WBC 대표팀의 4번 타자 한 자리는 고민 없이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