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에이스 김서현(18)은 고교 랭킹 1위로 평가받는 투수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 자책점 1.3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총 55.1이닝을 던졌는데 삼진을 72개나 뽑아냈다. 반면 사사구는 20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WHIP도 0.95으로 대단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단연 고교 최고 최고 투수라 불릴 수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탐을 냈을 정도의 빠른 구속과 대담한 승부가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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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가 된다면 김서현과 대화를 해보길 추천한다. 적어도 세 번의 놀람 포인트를 찾게 될 것이다. 사진=김원익 기자 |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히고 깊은 심지를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놀랐을 정도로 빈틈 없는 마인드를 갖춘 선수였다.
우선 롤 모델을 물었을 때 처음 놀랐다.
그의 롤 모델은 예상을 깨고 故 최동원이었다. 이유가 더 놀라웠다. 그가 대단한 기록을 세워서가 아니었다. 팀을 위해 던지는 모습이 소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 잡았다.
김서현은 "최동원 선배님의 영상을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돌려본다. 유튜브에 자료가 꽤 있다. 본 것도 또 본다. 보면 볼 수록 선배님을 꼭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나도 팀을 위해 던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KBO리그에 대한 충성심도 그와 대화에서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김서현급 투수는 한 번쯤은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것이 상식이다.
심준석(덕수고) 처럼 메이저리그 직행을 택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KBO리그에서 일단 뛴 뒤 기량을 쌓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도 있다.
김서현은 달랐다. KBO를 메이저리그로 가는 정류장 정도로 여기지 않고 있다. KBO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강하게 다지고 있었다.
김서현은 "메이저리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다. KBO 리그서 오래 뛰며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 능력이 된다면 많은 기록들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KBO 이외의 리그에서 뛴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뜬구름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꿈 많은 시기다.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다. 그러나 김서현은 보통의 소년과는 달랐다. 자신이 원했고 자신을 원하고 있는 KBO 리그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의지로 뭉쳐 있다.
팀을 위해 보직을 맡기겠다는 말도 놀라웠다.
거의 대부분 선발을 원한다. 가끔 마무리가 되고 싶다는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김서현은 이 대목에서도 일반적인 고등학생들과 다른 면모를 보였다.
김서현은 "보직은 어떤 보직이든 상관 없다. 다만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팀의 위기를 막아내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위기를 막아내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빛이 많이 나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팀의 위기 때 선택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을 위해서는 선발이나 마무리를 원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김서현은 자신이 빛이 덜 나더라도 팀의 위기를 막아내는 투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마인드가 얼마나 깊은 심지를 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김서현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적어도 세 번은 놀라는 포인트가 나온다. 그만큼 김서현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150km는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라 불린다. 최고 156km를 찍은 김서현은 그런 하늘의 재능을 타고 난 선수다. 여기에 튼
아직 지명도 받기 전이지만 어쩐지 그에겐 일찌감치 기대감이 생긴다. 김서현과 대화를 나눠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