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삼성 감독 대행은 아직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처음부터 자신의 구상대로 짜여 진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의 밑그림은 전임 허삼영 감독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간에 대행을 맡아 팀의 뿌리부터 손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은 갖고 있는 전력으로 승부를 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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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거포 유망주 윤정빈.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특히 박 대행은 삼성 2군 감독 출신이다. 2군에서 눈 여겨 봐 왔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팀의 색깔을 바꾸려는 도전을 조금씩 하고 있다.
2군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박 대행의 장점이다. 새롭게 올라 온 선수들을 언제 어떻게 기용해야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이제 조금씩 '박진만의 남자' 들이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빼 놓을 수 없는 이름이 하나 있다. 거포 유망주 윤정빈(23)이 주인공이다.
윤정빈은 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2순위로 입단한 선수다. 군대 문제를 이미 해결했다. 앞으로 1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만 남아 있다.
고교 시절 "파워는 강백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입단 이후 단 한 번도 1군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올 시즌 첫 경험을 하고 있다.
박 대행 체제 아래서는 지난 8월25일에 1군에 올라왔다.
1군 성적은 아직 초라하다. 6경기서 4타석에 들어서 홈런이나 안타, 볼넷 없이 삼진만 2개를 당했다. 타율은 당연히 '제로'다.
올 시즌 2군에서도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40경기서 124타수 32안타, 타율 0.258 1홈런 11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장타율은 0.323으로 기대를 밑돌았고 출루율도 0.348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갖고 있는 재능은 대단히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분히 팀의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박 대행은 내다보고 있다.
박 대행은 "윤정빈은 드러나는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파워를 갖고 있는 선수다. 2년 차 무렵에 부상을 당했고 군대에 다녀 오느라 아직 제 페이스를 다 찾지는 못했다. 감각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작정 쓸 수는 없지만 앞으로 보다 많은 기회를 줘 볼 생각이다. 1군 투수들의 공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군 투수들 볼을 치다 보면 자신이 뭐가 필요한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 공민규와 함께 공을 들여 볼 생각을 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기회를 주려 노력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거포에 목 말라 있는 팀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작은 규모의 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상대 팀에 홈런 대결에서 밀리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삼성에서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피렐라와 오재일 정도 뿐이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그 둘 뿐인 것이 현실이다.
윤정빈 같은 거포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귀한 이유다. 이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박진만 대행은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윤정빈을 경기에서 보다 자
삼성은 박진만 대행의 실험과 실전 경험을 통해 미래를 얻을 수 있을까. 일단 감독의 노선은 시간이 갈 수록 좀 더 색깔이 분명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