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프로 야구(KBO리그) 입성을 꿈꾸는 선수가 대부분이고 간혹 메이저리그행을 선택하는 선수도 있다. 대학교는 그 다음 선택 대상이다.
특급 선수들은 선택지가 넓다. KBO리그 지명은 당연한 일이고 메이저리그에서 러브 콜이 오면 흔들릴 수 있다.
![]() |
↑ 김서현은 다른 고교 특급 선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오로지 KBO 리그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만 다지고 있다. 사진=김원익 기자 |
KBO 리그를 선택하는 선수들 대부분도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KBO 리그를 선택하지만 실력을 키워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보겠다는 꿈을 꾸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고교 시절 '특급' 소리를 들었던 선수는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최종 목적지로 메이저리그를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서 한 걸음 빗겨나 있는 선수가 있다. 오직 KBO 리그만 바라보고 KBO 리그에서의 성공만을 목표로 하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고교 야구 랭킹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18)이다.
김서현은 일찌감치 KBO 리그 행을 선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찔러 보지도 못하게 처음부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초지 일관 "KBO 리그에서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리쿼터형 투구 폼에서 최고 156km의 빠른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탐을 낼 만한 인재다. 하지만 김서현은 한결같이 "KBO 퍼스트"를 외쳤다.
솔직히 처음엔 오해를 좀 했었다. 김서현이 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KBO를 택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일단 KBO 리그에서 구속 및 실력을 끌어 올려 결국에는 메이저리그를 향해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야구인 선배들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KBO서 볼륨을 키운 뒤 메이저리그를 노크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서현은 여기서 마저도 벗어나 있었다. 그는 끝까지 KBO 리그만 고집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로는 시선 조차 돌리지 않고 있다.
김서현은 "처음부터 KBO 리그서 뛰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메이저리그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KBO리그의 선택만 기다리고 있다. KBO 리그에서 뛰는 것이 오랜 꿈"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다음부터다.
"KBO 리그서 성공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 해 본적 없다. KBO 리그에서 계속 뛰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 만이 내 목표다. 메이저리그는 생각해본 적 없다. KBO 리그서 잘 해서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KBO 리그서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에 대한 딴 마음은 품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마치 KBO 리그가 메이저리그로 가는 정류장 정도인 듯 여기는 발언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모두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김서현에게 KBO 리그는 자신의 꿈 전체다. KBO 리그를 메이저리그로 가는 정류장 정도로 여기는 다른 특급 선수들과는 격이 다르다. 오로지 KBO 리그에서 성공하는 것, 그래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 만이 유일한 목표다.
최근 고교 야구서 탄생한 특급 선수 중 김서현 만큼 심지가 굳은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두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를 가슴 한 켠에 새겨두고 있다.
김서현은 다르다. 그의 가슴은 온통 KBO리그로 가득 차 있다. 근래 보기 드문 리그 충성도를 가진 선수다. 그의 프로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KBO리그서 승부를 걸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는 김서현의
KBO 리그에 모처럼 정말 심지 굳은 강한 신념의 남자가 등장하게 됐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