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아예 없다. 처음부터 스카우트 대상에 오르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뭐라 평가할 수 없다."
청룡기 고교 야구 대회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에게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18)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돌아 온 대답이었다.
김서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 서울고 에이스 김서현. 사진=김원익 기자 |
김서현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 자책점 1.3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총 55.1이닝을 던졌는데 삼진을 72개나 뽑아냈다. 반면 사사구는 20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WHIP도 0.95으로 대단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단연 고교 최고 최고 투수라 불릴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잘 모르고 있다를 넘어 무지 그 자체였다.
김서현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김서현은 1학년때 부터 눈에 띈 선수다.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KBO리그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높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먼저 뛰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정하고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일부 메이저리그 팀에서 주위를 통해 슬쩍 분위기를 떠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메이저리그행 절대 불가'였다. 그러니 김서현에 대해 스카우트 작업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와, 잘 던진다'는 생각을 한 것이 전부였다. 혹시 몰라 구속 체크 등 기본적인 것들은 하는 구단도 있었지만 스카우트 대상에 올려 놓은 팀은 없었다. 그만큼 김서현의 신념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일찌감치 KBO리그서 먼저 뛰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확신에 차 있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접근할 길 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단순히 생각이 깊고 신념이 강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도 꿈쩍 하지 않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목이다.
국내 팀 스카우트 팀장 A는 "지난 해 한 때 심준석이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면 최대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 소문은 기정 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김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준석에 비해 떨어질 것 없는 기량을 갖고 있는 김서현이다. 스스로 "드래프트 1순위에 지명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야구에 대한 믿음이 강한 투수다. 심준석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뒤지지도 않는다. 그런 라이벌 투수가 무려 200만 달러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데도 김서현은 메이저리그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지난 해 문동주가 한화에 입단하며 받은 계약금이 5억 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가 훨씬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음에도 김서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선수와 대단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KBO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서현을 뽑는 팀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심준석의 200만 달러설은 꽤나 무게감 있게 퍼져나간 적이 있다. 올 시즌 심준석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소문을 사라졌지만 200만 달러 설이 무게감을 갖고 있을 땐 김서현도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서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KBO 퍼스트'를 외쳤다. 해외 진출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아직 성년도 되기 전의 선수가 이 정도 신념을 갖고 있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김서현 같
현재 김서현은 한화행이 유력한 상황. 이대로라면 한화는 또 한명의 파이어볼러를 얻음과 동시에 보기 드문 신념으로 가득찬 강인한 정신력의 투수를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