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장사' 최정(35)이 7년 연속 20홈런에 1홈런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제 1개만 더 치면 박병호(9년 연속) 이승엽(8년 연속) 이후 세 번째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최정도 7년 연속 20 홈런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최정은 "20홈런 기록은 은퇴할 때까지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 최정이 홈런을 친 뒤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최정의 홈런이 곧 한국 프로야구 홈런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기록들을 세웠고 홈런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최정의 홈런이 처음부터 환영 받았던 것은 아니다. 최정이 이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기록에 대한 무지가 최정에 대한 무시로 이어졌던 적이 있었다.
최정은 데뷔 첫 해 1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그러나 다음 시즌 12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상은 그에게 '소년 장사'라는 타이틀을 붙여 줬지만 마냥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를 들썩이게 만들 거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정의 12홈런은 당시 최정이 세운 첫 홈런 기록과 닿아 있다.
최정은 생일이 빨라 만 나이 18세에 프로야구에 입문했다. 이듬해인 2006는 최정이 만 나이 19세가 되는 해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만 20세가 되기 전인 10대 나이 때 두자릿 수 홈런을 친 것은 김재현(당시 LG. 21개)과 이승엽(당시 삼성. 13개) 김태균(당시 한화. 20개) 뿐이었다. 최정이 네 번째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세상은 이 기록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깨어 있는 주위 야구인들의 조언으로 SK(현 SSG) 홍보팀은 예고 보도자료를 만들었지만 며칠 동안 속 앓이를 해야 했다. 주변의 반응이 너무 싸늘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기록에 대한 의식이 매우 희박했던 시기였다. 지금은 각종 세세한 기록들이 만들어지고 화제가 되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굵직 굵직한 기록 외에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숱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양준혁이 "내 기록 중 최다 볼넷 기록이 가장 자랑스럽다. 다른 기록은 다 깨져도 좋은데 통산 최다 볼넷 기록은 오래도록 갖고 있고 싶다"고 했을 때도 "볼넷이 무슨 기록이냐"는 비아냥이 나왔을 정도였다.
지금처럼 '10대 나이에 100볼넷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같은 기록을 들이밀면 찬밥 대우를 받곤 했었다.
최정의 첫 홈런 기록도 그렇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SK 홍보팀은 기다리고 기다리다 겨우 보도자료를 냈는데 단신으로도 보도한 언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오히려 "별걸 다 기록이라고 보도 자료까지 내느냐"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최정 이후 10대 나이에 두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는 그로부터 14년 뒤인 2018년 강백호가 처음이었을 정도로 희귀한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서 5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기록을 세울 당시만 해도 조롱거리에 불과했다.
그만큼 최정의 가치를 알아 본 사람이 적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돌아보면 허탈한 웃음이 지어지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그랬던 최정이 이제 한국 프로야구 홈런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10대 나이에 두자릿 수 홈런을 칠 수 있었던 재능이 그 때부터 꽃을 피우며 거침 없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경탄으로 바꿔 놓은 최정의 홈런. 누가 주목하던 안 하던 자신의 야구를 끊임 없이 만들어가려 노력한 최정의 땀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출발은 미약했으나 결과는 화려한 꽃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정의 홈런 기록은 그래서 좀 더 특별하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