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안방마님 유강남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8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개인 통산 1000경기 출장을 달성하는 동시에 5-3 승리에 힘을 보탰다. 1000경기 출장은 역대 171번째 기록으로 2011년 LG에서 데뷔한 유강남은 상무를 거쳐 꼬박 12년만에 이같은 대기록을 썼다.
그리고 이날 유강남은 선발 투수 이민호부터 마무리 투수 고우석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경기 끝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유강남은 특히 총 7명의 구원투수와 함께 NC 타선을 5.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에 공헌했다.
↑ LG 트윈스의 안방마님 유강남은 최강 마운드 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다고 했다. 사진=김원익 기자 |
경기 종료 후 만난 유강남은 “내 1000경기도 중요하다. 물론 뜻깊은 기록이지만 경기에서 작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경기 출전보다는 거기에 집중했다”며 1000경기 출장을 완성한 2회 말 첫 타석 상황을 복기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2회 말. 이닝 선두타자 문보경의 좌측 방면 얕은 타구는 3루 파울 선상 옆을 타고 천천히 굴러갔고 내야안타가 됐다.
이어진 상황 가르시아의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든 LG는 유강남의 타석 때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작전 지시를 받은 유강남은 번트 동작으로 페이크를 줬고, 이를 막기 위해 NC 내야진은 전진 수비를 펼쳤다. 그리고 유강남은 마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쉬 작전을 쓴 것처럼 크게 헛스윙 했다.
포구한 NC 포수 양의지는 반사적으로 더블스틸을 막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야수들이 전진한 탓에 정작 베이스엔 포구를 할 선수가 없었고, 공은 뒤로 흘렀다. LG는 이 실책으로 문보경이 홈을 밟아 1점을 올린데 이어 가르시아가 3루로 진루했다. 이어진 상황 이형종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1점을 더 내고 스코어를 3-1로 벌렸다.
유강남의 센스와 충실한 작전 수행 능력이 만든 득점이기도 했다. 유강남은 “사전에 합의했다. 일부러 그렇게 나왔던 것인데, 처음부터 번트 모션을 하려고 하진 않았다”면서 “그냥 서 있다가 루친스키가 던질 때 쯤에 앞으로 나오니까 상대는 번트라는 이미지를 주고 나서 뺄 줄은 몰랐던 것 같다”며 더 디테일한 상황을 부연했다.
평소 연습과 숙련을 통해 몸에 배인 내용. 유강남은 “김민호 코치가 항상 강조하셨던 건데 그게 오늘 운이 좋아서 나왔는데, 그 다음 이닝에 다시 번트 댔을 때는 상대 수비수들이 안들어 오더라”며 미소지었다.
↑ 어느덧 1000경기에 출장하며 안방마님으로의 안정감이 생겼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러나 후반기에도 3.40의 팀 평균자책으로 부문 2위에 오르는 등 순항 중인 팀 마운드와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눈을 빛냈다. 유강남은 “그건 나한테도 뜻깊은 것 같다. 우리 투수들이 시즌 중반에 들어서서는 전반기 때 좋았을 때 만큼의 퍼포먼스가 안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후반기 선수들이 보여주면서 나 또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LG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 1위(3.57)에 오른데 이어 올 시즌에도 꾸준히 팀 평균자책 1,2위를 다투며 순항 중이다. 유강남은 “지난해 분명히 정말 압도적인 투수 성과가 나왔기 때문에 후반기도 이대로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고 나 또한 준비한 대로 결과들이 나오니까 거기에 대해서 기분이 좋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최근 4연승 기간 LG는 4경기서 단 4점밖에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외국인 투수들은 긴 이닝을 소화한 날은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내국인 투수들이 조기에 물러난 날은 구원진이 철벽 계투의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강남은 “재미있다. 진짜 우리 팀 투수들이랑 한다는 게 나 스스로한테 되게 큰 영광이고 사실 이렇게 좋은 투수들 만나기 쉽지 않은데 정말 기분 좋다”면서 활짝 웃은 이후 “이 선수들이랑 어떻게든 1경기, 1경기씩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강남은 “후반기 좋은 결과도 나오고, 지난 주말 2경기 연속 팀 완봉도 하면서 좋은 투수들이 자신감 가질 수 있는 경기가 계속 나오니까 나로선 뿌듯하다”라면서 “따로 앞에서 티는 못내고 ‘내가 이들을 이끌었어’는 아니지만 뒤에선 혼자서 나도 좋아하고 있다”라고 조연을 자처하면서도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유강남은 2년 연속 순항하고 있는 팀의 좋은 투수 성적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게 유일한 목표라고 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8월 31일 경기에서도 흔들린 선발투수 이민호를 다독이거나, 앞장서서 야수진에 작전 사항을 전달하는 유강남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유강남은 “그래도 1000경기에 나갔다. 1000경기에 나간 만큼 그게 보여야죠”라고 웃은 이후 매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선 “특별히 비결이 없고, 그냥 타고 난 것 같다. 아픈데도 별로 없고, 잘 먹고 잘 자는 게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강한 승부욕을 스스로 다스리는 법도 익숙해졌다. 유강남은 “다 나만 보고 있지 않나. 내가 만약 전 타석에서 공격의 결과가 안 좋았던 걸 티를 내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어릴 때는 티가 많이 나서 혼도 많이 났는데, 이젠 어느 정도 내려 놓으니까 수비에선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유강남은 승부처의 볼배합에 대해
확실한 건 올 시즌에도 LG가 최강 마운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엔 이런 유강남의 공도 상당하다는 것 이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