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롯데전.
너무 자주 나오는 장면이라 특이한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그냥 지나쳐선 안될 플레이가 나왔다.
3루수 한동희의 송구가 크게 빗나가는 것을 1루수 정훈이 몸을 날려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 1개를 올리는 장면이 그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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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의 1루 수비 능력 덕에 3루수 한동희의 타격이 살아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이 장면이 담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다. 나아가 한동희의 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레이 였기 때문이다.
내야수 출신인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 위원은 "정훈은 1루 수비가 뛰어난 선수다. 전체적으로 롯데 내야가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다. 30일 경기에서도 나온 것 처럼 한동희의 송구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송구가 빗나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송구를 티 나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정훈의 능력이다. 그런 송구를 하나 잡아 주면 한동희의 다음 송구는 정확해 질 가능성이 높다. 실수를 선배가 만회해 줬다는 안도감이 좋은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 했다.
그러면서 과거 LG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위원은 "LG가 잘 나가던 90년 대 LG 1루수는 서용빈(현 kt 2군 감독)이었다. 1루 수비가 정말 좋은 선수였다. 어지간한 공은 다 걷어 내 줬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LG 내야는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LG 내야진이 송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용빈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공을 던질 수 있었다. 1루수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내야진 전체가 안정되느냐 흔들리느냐의 적지 않은 부분을 1루수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에서의 자신감은 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비 실수가 마음 속에 남아 있으면 타격 때도 쓸데 없는 생각이 어깨를 짓누를 수 있다.
타격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릿 속이 복잡하면 좋은 타격을 하기 어렵다.
이 위원은 "한동희가 타격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에 1루수 정훈이 부상으로 빠져 있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정훈이 한동희를 뒷받침 해 주지 못하면서 한동희도 흔들렸다고 할 수 있다. 한동희는 아직 젊은 선수다. 수비 실수가 나오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다음 수비에도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고 타격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한동희에게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정훈의 도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동희는 수비율 0.923으로 전체 3루수 중 9위에 랭크 돼 있다. 최하위권 수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수비 관련 득점 기여도에선 아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하지만 롯데의 3루는 한동희가 막아줄 때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훈이 당분간은 아프지 않고 1루를 책임져 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워나 어려운 공도 가볍게 잡아 내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정훈의 1루 포구는 리그 최정상 급이다. 3루수 한동희는 물론 주전이 확정 되지 않은 유격수와 송구 범위가 짧은 2루수 안치홍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정훈이 없으면 지금의 한동희도 없다. 롯데의 미래를 위해선 롯데의 과거인 정훈이 좀 더 힘을 내 줘야 한다. 정훈이 잘 버텨주면 잘 버틸 수록 한동희의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