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29)는 28일 잠실 키움전서 홈런 포함 4타점을 쓸어 담았다.
열흘 만에 나온 홈런포. 외국인 타자의 홈런이 특별한 일이 돼선 안되지만 가르시아의 홈런에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오지환의 배트로 친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 있던 가르시아에게 자신의 배트를 건네주며 응원을 보냈고 기적 처럼 그 방망이로 다시 가르시아의 타격 페이스가 살아났다.
↑ 가르시아가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LG 김민성은 팀을 옮긴 뒤 가장 놀랐던 일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네거 내거 없이 다들 돌려 쓰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었다.
선수들이 쓰는 배트는 가격대가 높다. 15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 사이에 가격이 책정된다.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수입 고가 배트는 3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이 보통이다.
A급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춤형 배트를 주문해서 쓰기도 한다. 배트를 돌려 쓴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민성은 "LG 선수들은 누가 구입한 배트인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놓여 있는 배트 중 손에 맞는다 싶으면 그 선수가 주인이 된다. 사례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말로 끝낸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라고 말했다.
LG만의 전통이다. 좀 더 여유있는 주축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방망이를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채은성은 "연봉이 적어 배트 구입에 부담을 느끼던 시절 선배들이 자신의 배트를 선뜻 내주며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쓰는 배트는 질이 확실히 달랐다. 그런 배트들을 쓰면서 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후배들에게 좋은 배트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끼던 배트라도 후배들이 쓰겠다고 하면 선뜻 내준다. 다른 팀이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LG는 배트를 함께 쓰는 것이 오래된 문화다. 고가의 배트를 구입했을 때 후배들에게 먼저 써 보게 할 정도다. 그 배트가 후배의 손에 잘 맞으면 그 후배가 쓰게 된다. 좋은 선배들이 좋은 전통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LG만의 전통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
가르시아도 그 아름다운 전통의 한 자락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