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18 남자농구 대표팀의 3-2 드롭 존은 히트 상품이었다.
한국은 이란 테헤란 아자디 바스켓볼 홀에서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U18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이후 무려 22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중국과 이란,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의 참가로 아시아 정상은 하늘의 별처럼 느껴졌지만 어린 호랑이들은 마치 이러한 평가를 비웃듯 최고의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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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U18 대표팀은 28일 일본을 꺾고 2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사진=FIBA 제공 |
이세범 한국 감독은 인도, 중국과의 예선 경기에선 3-2 드롭 존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인 방어를 통해 최대한 정공법으로 상대했다. 최약체 인도를 잡으면 8강 진출은 가능했으니 전술 노출을 최대한 피할 필요가 있었다.
이 감독의 수는 통했다. 한국은 이란과의 8강 경기부터 3-2 드롭 존을 활용했고 이를 처음 본 상대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란과 중국은 신체적인 우위를 앞세워 골밑을 뚫어내려 했지만 결국 제풀에 지쳐 무너졌다.
일본전에선 2쿼터 중반부터 3-2 드롭존을 사용하기 시작해 10점차까지 밀렸던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일본은 좌우 코너를 공략, 드롭존 수비의 약점을 빠르게 찾아냈으나 이미 흐름을 내준 뒤였다.
물론 3-2 드롭 존은 공략법만 알고 있다면 무너뜨리지 못하는 수비 전술은 아니다. 더군다나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선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오랜 시간 사용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 감독은 원주 동부 코치 시절 이미 강동희 전 감독의 3-2 드롭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바 있다. 무엇이 강점이고 약점인지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면 충분히 던져볼 수 있는 도박수였다. 그리고 이 감독의 선택은 제대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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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U18 대표팀의 아시아 정상 포인트는 바로 3-2 드롭존이었다. 이란과 중국, 일본 모두 이 수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사진=FIBA 제공 |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19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파생된 결과는 평균 속공 점수 18점, 상대 실책으로 얻은 평균 점수가 27점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을 상대한 나라들은 얼마나 많은 실책을 범했을까. 2번 만난 중국은 예선에서 26실책, 4강에서 25실책을 기록했다. 첫 상대 인도는 35실책, 8강 상대 이란은 18실책, 결승에서 맞붙은 일본은 19실책을 저질렀다. 보통 10실책만 넘겨도 경기력 평가가 좋지 못한 농구에서 한국은 상대 입장에선 악마와도 같았다.
선수들의 스틸 기록도 대단했다. 이채형은 평균 6.6스틸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랐다. 2위에 오른 일본의 토도로키 루이가 3.6스틸이니 엄청난 격차다. 6위에는 3.0스틸을 기록한 강성욱, 9위에는 2.2스틸의 윤기찬이 이름을 올렸다.
골밑 전력이 약한 한국은 대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확실한 무기를 준비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경기 한 번 하지 못하고 무너졌던 연령별 대표팀들을 생각하면 이 감독과 선수들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는 과정과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붙지만 결국 한국과 같이 승부처에 낼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갖춰야만 우승할 수 있다. 이란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강호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우승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우승은 더욱 값지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