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떨어지고, 나이를 먹게 되어서 못 나가게 되면 세상에서 잊히지 않나. 1경기라도 나갈 수 있을 때 더 나가고 싶다.”
LG 트윈스의 외야수 박해민은 올 시즌 팀이 치른 111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이 가운데 109경기가 선발 출전이고, 교체로 나온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하다.
동시에 박해민의 공수 활약과 기여도도 탁월하다. 먼저 박해민은 공격 부문에서 3.10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를 기록, 리그 19위에 올라 있다. 팀 내에선 오지환, 김현수, 채은성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 |
↑ LG 트윈스 박해민은 올 시즌 팀의 전 경기에 출전 중이다. 마치 금강불괴와 같은 철인의 모습으로 공수에서 기여하고 있는 박해민이다. 사진=김원익 기자 |
공격활약이 뛰어나다면 올 시즌 박해민의 수비 활약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박해민은 수비 지표를 보여주는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WAAwithADJ)에서 1.351(스탯티즈 기준)를 기록, 리그 야수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외야수 부문 2위, 리그 전체 3위 지표를 기록 중인 최지훈(SSG, 1.17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거기다 최지훈 이하 3위 기록부터의 외야수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비 지표를 기록 중이다.
실제 박해민은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 등 모든 세부 수비 지표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역시 내야수 부문에서 압도적인 지표를 올리고 있는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 2위 김혜성(키움)과 함께 두 사람이 수비에선 천상계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뛰어난 활약을 올 시즌 LG가 치른 1경기도 빠지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게, 숫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박해민의 가치다.
이런 박해민에 대해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은 “우리 모두, 박해민이 어떤 선수인지 다 알고 있지 않나. 하지만 밖에서 보다가 안에서 함께 뛰면서 보니 또 다르다. 그 이상으로 더 좋은 선수”라며 “경기에 대한 투지와 열정이 굉장히 크고 ‘경기 체력’도 남다른 선수다. 감독 입장에선 참 고마운 선수들이 있는데 박해민이 바로 그런 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
↑ 박해민은 올 시즌 공수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27일 잠실 키움전에선 KBO리그 역대 5번째로 개인 통산 60개의 3루타를 기록 하기도 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에 대해 박해민은 “어차피 나중에는 나가고 싶다고 애원해도 못 나가는 상황이 생기니까 지금 나갈 수 있을 때 1경기라도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 한다”면서 “나중엔 ‘제발 내보내주세요’라고 해도 실력이 안되고, 나이를 먹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또 세상에서 잊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고, 할 수 있을 때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빠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시즌 수개월 동안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 순 없다. 게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박해민은 그 모든 걸 이겨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아무래도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도 이겨 내야 되는 게 프로 선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감독님에게 선택 받아서 나가려면 그런 걸 다 잊어버리고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박해민은 대학 신고선수 출신으로 남들보다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박해민이란 이름 석자는 리그 최고의 중견수를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지난 세월이 이 평가를 보증한다. 144경기 전 경기 출전이 4시즌이나 된다. 프로에서 풀타임을 치른 지난해까지의 8시즌 가운데 실질적인 프로 1년차였던 2014년의 119경기 이후 가장 적은 한 시즌 경기 숫자가 지난해 127경기였다. 그 다음으로 적었던 해가 2020년의 132경기였고, 그 외엔 모두 14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 |
↑ 특히 올 시즌 박해민의 수비 기여도는 리그 전체 야수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1위에 해당한다. 사진=천정환 기자 |
27일 잠실 키움전에서 박해민은 안우진을 상대로 3루타를 치고 나가 결승득점을 올렸다. 이 3루타는 동시에 박해민의 개인 통산 60번째 3루타였는데, KBO리그 역대 5번째로 나온 기록이었다. 이제 1개의 3루타만 더 추가하면 KBO리그 역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박해민은 “3루타는 칠 수 있는 선수들만 칠 수 있는 것이라 힘든 기록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기록을 위해 내가 2루에서 멈춰야 할 걸 3루까지 가거나 그러진 않는다”며 웃은 이후 “이제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타구가 우중간으로 빠지면 3루타는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 한 베이스라도 더 가려고 열심히 하다 보면 3루타가 더 나오게 될 것 같다”며 기록을 의식하기 보단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전 경기 출전은 당연한 일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박해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은 아닌데, 그냥 1경기씩 앞만 보면서 가다 보니까 이게 전 경기가 되는 것 같다”면서 “오늘도 경기를 나가고 싶고, 결과가 어쨌든
지난 겨울 FA로 LG 유니폼을 입은 박해민에 대한 ‘오버페이 논란’은 불과 한 시즌도 채 되지 않아 쑥 들어갔다. 김현수에 이어 또 한 번 LG의 ‘FA 모범 사례’를 써내려가고 있는 박해민이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