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호랑이들이 아시아를 삼켰다. 22년 전과 정말 비슷하게 말이다.
한국 U18 남자농구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바스켓볼 홀에서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U18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대접전 끝에 77-73으로 승리,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국은 ‘아시아의 강호’로서 매번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깊지 않았다. 1984년 서울 대회에서 허재를 앞세워 중국을 74-69로 꺾으며 첫 우승을 차지한 후 1995년, 2000년에 우승한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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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U18 대표팀은 28일 일본을 꺾고 2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4강에서 중국을 상대로 예선 패배를 복수한 것이 최대 승부처였다. 사진=FIBA 제공 |
4년 전에는 이현중과 여준석 등 한국농구의 10년을 책임질 미래가 나섰지만 중국과의 8강에서 분패하며 세계대회 진출권조차 얻지 못했다.
한국은 4전 5기 끝에 22년 만에 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22년 전 방성윤과 김학섭, 정상헌 등이 만리장성을 넘어 아시아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듯 이주영과 이채형, 강성욱, 유민수 등 새로운 한국농구의 미래가 또 다른 역사를 썼다.
한국의 우승 과정은 22년 전과 매우 비슷했다. 첫 경기 인도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뒤 중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 이후 8강에서 이란을 꺾은 뒤 다시 만난 중국을 4강에서 무너뜨리며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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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한국 U18 대표팀은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통산 3번째 아시아 정상에 섰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고교 2학년 신분으로 활약한 김학섭은 “예선에서 중국을 만나 졌지만 다시 만나면 무조건 이길 것 같았다. 결승에서 다시 만났고 쉽게 상대했다. 5반칙 퇴장을 일찍 당하지만 않았다면 MVP는 나였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핵심 가드였던 정재호도 “예선에서 힘을 다 뺀 채 중국을 만났는데 오히려 접전을 펼쳤다. 결승에서 다시 만나면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높이에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던 것이 우승의 요인이었다. 실제로 이번 한국의 에이스 역할을 맡은 이주영과 이채형도 김학섭, 정재호와 비슷한 마인드를 드러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중국에 패했지만 분명 약점은 있다. 그 부분을 파고들면 이길 수 있다”며 패자 같지
결승 상대가 중국이 아닌 일본이기에 완벽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중국을 잡은 순간 이미 아시아를 잡은 것과 같았다. 그리고 22년 전과 지금 모두 예선에서 패배했으나 중요한 순간에 승리하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 가장 명예롭게 말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