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1위가 후반기에는 꼴찌다.
키움 히어로즈의 후반기 추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반기 내내 SSG 랜더스를 위협했던 2위 팀이었지만 지금은 6연패, kt 위즈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내려앉았다.
후반기 25경기 동안 7승 1무 17패를 기록 중인 키움이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등 하위권에 있는 팀들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 키움 요키시는 팀내 가장 신뢰받는 선발 투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23일 고척 KIA전에서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6연패를 막지 못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키움은 전반기 최고의 마운드를 자랑했다. 15번의 완봉승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KBO리그 1위에 올랐다. 이정후와 김혜성 등 몇몇 타자들을 제외하면 빈약했던 타선의 힘에도 상위권에 오른 이유다.
선발진과 구원진의 밸런스도 환상적이었다. 안우진-에릭 요키시로 이어진 원투 펀치는 막강했다. 여기에 최원태와 정찬헌 역시 선발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키며 선발 야구를 가능케 했다. 퀄리티스타트(QS)는 41회로 SSG(50회), kt 위즈(44회)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선발 투수가 5, 6회까지 막으면 나머지는 구원 투수들의 몫이었다. 평균자책점 3.27은 LG 트윈스(3.11)에 이어 2위였으며 55홀드(2위), 31세이브(공동 1위) 등 여러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기 마운드 성적은 처참하다. 평균자책점만 봐도 5.61로 리그 꼴찌다. 안우진과 요키시는 그나마 원투 펀치로서의 위력을 간신히 이어갔으나 선발진의 하위 로테이션을 책임졌던 정찬헌과 한현희가 무너졌고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최원태마저 골반 통증으로 23일 1군에서 말소됐다.
가장 큰 문제는 구원진이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7.35로 크게 올라갔다. 블론 세이브는 무려 9회. 전반기(3회)에 비해 벌써 3배나 많은 기록이다. 김재웅을 제외하면 선방하고 있는 구원 투수가 없다. 그런 김재웅 역시 14일 이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 배치됐지만 세이브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마운드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투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잘해주고는 있지만 뭔가 꼬이는 듯하다. 안우진, 요키시 등이 나올 때 승리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여파가 오지 않나 싶다”며 “선발과 불펜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엇박자가 나고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했다.
키움은 결국 고척 KIA전에서 3-12로 대패했다. 믿었던 외인 에이스 요키시가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양현, 김동혁, 하영민 등 구원 투수들이 연달아 실점한 결과다. 키움은 이날 KIA에 장단 19안타를 얻어맞았다.
키움의 현 상황이 암울한 건 홍 감독조차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력 보강은커녕 누수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기 2위 질주는 분명 기적과도 같았다. 어쩌면 키움이 제자리를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주어진 자원의 한계를 홍 감독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