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업존이 강해야 진짜 강팀이다." GS칼텍스 수장이 자주 외치는 말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오직 팀만 생각한다. 늘 '원 팀'을 외친다. 팀워크를 해치는 요소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그리고 훈련에 진심이다. 훈련할 때만큼은 본인 스스로도 엄해지고, 그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이 된다고 할 정도로 맹훈련을 한다. 체육관에 의자도 없다.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성이 차지 않을 때는 야간 훈련도 한다. "GS칼텍스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최고다 내가 좋아하는 훈련을 밤새 할 수 있다"라고 농을 건넨 적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는 어떻게 해서든 키우려 하고, 기회를 주려 한다. 이전에 필자는 차상현 감독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차상현 감독은 "내가 A급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느낀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훈련은 다 같이 하는데,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은 기회를 못 받는다? 그러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프로이니까,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 아무 의미 없는 걸 누가 하고 싶겠냐"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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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상현 감독은 도로공사를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선수를 성장시키고, 그 선수의 성장을 통해 팀이 발전한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건 당연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차상현 감독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번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도 마찬가지였다. GS칼텍스는 결승전에서 도로공사를 3-0으로 완파하며 2년 만에 정상 탈환이자, 여자부 역대 최다 5회 우승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서 GS칼텍스는 전력 악재가 많았다. 강소휘, 김유리는 부상, 안혜진과 한다혜는 대표팀 차출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예선을 치르면서 최은지는 부상, 이원정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잔여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차상현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해왔던 백업 선수들이 준비를 하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 미들블로커 오세연, 세터 김지원이 기회를 얻었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중앙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권민지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다.
이들은 주전들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문지윤은 외인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여주며 국내 아포짓 자존심을 살렸고, 오세연은 한 박자 빠른 속공과 더불어 빠른 움직임이 돋보였다. 약간의 발목 통증이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제 플레이를 보여준 김지원과 통통 튀는 공수 능력을 보여준 권민지는 컵대회 히트 상품이었다.
문지윤은 대회 MVP를 수상했으며, 권민지는 라이징스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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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상현 감독은 제자들 덕분에 행복하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6개월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수많은 변수와 싸워야 한다. 그럴 때마다 주전 선수들만 갖고 이겨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GS칼텍스 선수들은 감독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야간 훈련도 자청해 하는 편이다.
차상현 감독은 어떤 변수가 와도 자신이 있다. 현재 선수들과
GS칼텍스는 2020년 컵대회 우승 이후 2020-21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석권하며 여자부 역사상 첫 트레블 달성이라는 아름다운 기록을 썼다.
2022년에도 트레블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