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 최대어'로 꼽혔던 심준석(19.덕수고)이 메이저리그 행을 선택하며 각 구단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1순위를 쥐고 있는 한화는 서울고 김서현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윤영철(18. 충암고)은 2순위 지명권을 가진 KIA가 지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영철은 올 시즌 좌완 가뭄 속에서도 유일하게 눈에 띄는 좌완 투수 자원이다. 다만 좌완이 안 그래도 많은 KIA가 또 좌완 투수를 뽑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는 상태다. 하지만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인 두산의 과거를 되짚어 보면 KIA의 윤영철 선택이 결코 과잉 투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 윤영철은 고교 야구 좌완 NO1.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베이스볼 코리아 제공 |
일단 에이스 양현종이 좌완 투수다. 여기에 지난 해 입단해 올 시즌 성공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이의리도 좌완이다. 올 해 상무에서 제대하는 유망주 김기훈도 좌완 투수다.
좌완 투수가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영철을 뽑게 되면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KIA의 윤영철 선택은 과잉 투자 보다는 팀 내 건전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양현종을 제외하면 아직은 가능성만 보여준 좌완 투수가 더 많은 상황. 새로운 좌완의 등장으로 KIA는 건강한 경쟁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윤영철은 최고 구속은 140km대 중반이지만 날카로운 체인지업이 장기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갖고 있어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의 과거 사례를 참고해 볼 필요도 있다. 중복 포지션 선수를 모으는 것이 팀으로서도 상당한 힘을 받을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음을 두산이 보여준 바 있다.
두산이 화수분 야구라는 이야기를 듣기 전 이야기다. 두산은 매년 유격수 자원을 수집했다. 딱히 유격수를 뽑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
드래프트 순번이 돌아왔을 때 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수를 계속 선택하다보니 유격수가 많이 쌓이게 됐다.
두산이 화수분 야구라는 이야기를 듣기 전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산의 이런 선택을 "미친 짓"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두산은 당시 2군에 유격수만 6명이나 될 정도로 중복 투자가 심했다. 손시헌이 있어 김재호가 기회를 얻지 못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두산은 이 전력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경쟁에서 이긴 선수는 유격수로 활용하고 밀린 선수는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그러고도 남는 자원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두산의 이런 스카우트 방식은 끊임 없이 좋은 선수들이 육성되는 화수분 야구의 근간이 됐다.
유격수만 모은다고 집중됐던 손가락질은 어느새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뀌게 됐다. 두산은 여전히 이런 스카우트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다.
포수 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음에도 올 시즌에도 상위 라운드에 포수를 또 지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KIA의 윤영철 지명은 결코 무리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요소 요소에 필요한 대목이 생길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다른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산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내며 두산만의 길을 갔다. 그렇게 화수분 야구가 만들어졌다.
KIA도 세간의 평가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윤영철이 1라운드에 지명 될 만한 재목인지 아닌지만 확실하게 판단
드래프트 순번이 돌아왔을 때 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원을 뽑는 것. 그것이 지금의 두산 화수분을 만든 토대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