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에 트라우마가 있나….”
두산 베어스 이영하(25)는 풀 타임 선발 투수가 되어야 할 2022시즌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성적을 내고 있다. 대체 선발이 마땅치 않은 두산, 그리고 김태형 감독 입장에선 고민만 늘어날 뿐이다.
이영하는 올 시즌 21경기에 등판, 6승 8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 중이다. 2019년 17승으로 고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등 확실한 보직을 얻지 못했던 그는 올해 확실한 선발 투수로 신뢰를 받았지만 지금 성적은 1%의 만족도 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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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유독 부진한 두산 이영하가 19일 키움전 선발 등판한다.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1회 공포증을 이겨내는 것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공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결정구 슬라이더 역시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공의 위력이 아니라 제구다. 좋고 나쁨에 차이가 크다면 결국 문제는 심리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기력 기복, 불안한 제구, 약한 멘탈 등 이영하는 선발 투수로서 가져선 안 되는 여러 약점을 안고 있다. 특히 1회에 매우 약한 편. 1회를 잘 넘기느냐 아니면 힘들게 끝내느냐에 따라 그날 경기가 달라진다.
김 감독 역시 “1회에 트라우마가 있나…. 볼넷을 주면서 밸런스가 같이 무너진다. 멘탈이 좋고 나쁨에 따라 경기력 차이도 크다. 마운드에서 스스로 호흡하며 조절하라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연차가 어느 정도 찼으니 이제는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영하의 1회 기록을 살펴보자. 피안타(23개), 볼넷(18개), 폭투(3개)는 물론 투구수 역시 436개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103타자를 상대한 것 역시 최다 기록. 전체적으로 1회에 매우 불안했음을 알 수 있다. 이영하에게 '1회 공포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 투수가 1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 팀 전체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수비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야수들 역시 밸런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영하를 과거처럼 불펜으로 내릴 수도 없다. 이미 박신지, 최승용 등 대체 선발 투수를 실험했던 두산이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이영하가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쩌면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는 이영하에게 있어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올해 키움전 성적이 가장 좋았다. 4경기 등판, 3승 평균자책점 1.09를 기록했다. 12개의 볼넷을 내준 걸 생각하면 제구가 잘 된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승리는 챙겼다. 김 감독도 “이영하가 키움
2경기 연속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이영하. 과연 그는 8위로 추락한 두산을 구원할 수 있을까. 프로 6년차, 이제는 어리지 않은 그가 지금 안고 있는 약점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