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11-7로 승리한 17일 잠실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지켜봤다.
우선 패배한 삼성에선 양창섭이 선발투수로 나와서 던졌는데 위기 상황도 많았고, 1회 제구력도 좋지 않았다. 1이닝(7실점) 밖에 던지지 못했기에 평가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보단 17일 경기는 양 팀 선발투수가 나란히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이른 시기 교체가 됐는데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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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즈는 흔들린 선발투수 양창섭의 교체 시기가 다소 아쉬웠다. 조기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한 번 흔들린 타이밍에 교체하는 것도 좋을 수 있었다고 본다. 사진=천정환 기자 |
LG가 김윤식을 과감하게 교체한 반면에 삼성은 양창섭이 1회 제구가 좋지 않았음에도 2회 위기 상황에서 한번 더 믿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이 5-2로 앞선 상황이었기에 어차피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한 차례 투수코치가 올라온 타이밍에서 교체를 조금 더 빨리 가져가서 다음 투수에게 넘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올라온 삼성의 구원투수들은 이상민, 이승현 등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젊은 투수들이 많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체적으로 공에 힘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구력이나 변화구의 구사 능력 등에선 아쉬운 경향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잘 다듬고 준비를 한다면 과거 막강했던 삼성의 투수 왕국을 이들이 잘 뒷받침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충연의 경우엔 2020년 12월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은 이후의 심리적인 후유증이 아직 느껴졌다. 과거 기억하는 최충연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공에 공 끝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은 투수였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팔의 스윙 스피드 등이 상당히 무더져 있었다. 속구에 장점이 있는 투수인데도 불구하고 던진 공의 7~80%가 변화구였다.
아무래도 팔이나 어깨에 큰 수술을 한 투수의 경우엔 이성적으로 ‘내 팔이 괜찮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도 심리적인 불안감이 남게 된다. 나 역시 과거 그런 수술을 해봤다. 당시에도 팔은 괜찮은데 이상할 정도로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그걸 완전히 떨쳐내고 좋았던 상황의 구위와 구속을 되찾는데 거의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최충연의 투구에도 그런 두려움이 보였다.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말고 그런 불안을 얼른 지워서 예전의 그 모습을 다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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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석의 커터 구사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구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발전하려는 모습을 칭찬하고 싶다. 사진=천정환 기자 |
5실점 강판 같은 경우도 경험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너무 담아두지 말고, 패기 있게 항상 당당하게 던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김윤식에 이어 등판한 송은범은 비록 실점을 했지만(1.1이닝 1실점) 무너지지 않고 흐름을 잘 끊어줬다. 또한 김진성 역시 좋은 역할을 해줬고, 포수로 나온 허도환도 베테랑 답게 자기 역할을 잘했다. LG는 이처럼 야수들과 투수들에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안정적인 전력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특히 고우석의 투구를 칭찬하고 싶다. 사실 오랫동안 고우석은 빠른 공이 최대 장점인 투수였지만 변화구는 특출나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피치 투수였기에 대표팀 경기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면도 있다.
이 때문에 변화구 가운데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 능력과 제구가 더 좋아지거나 새로운 구종이 필요할 것이라고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랬던 고우석이 17일 경기에선 컷패스트볼을 잘 구사했다. 생각보다 볼의 움직임이나 제구 등이 완성도가 있었다. 자신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만약 프로에서 충분히 통하는 직구가 있고, 내 공이 빠르니까 그것만으로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위기 상황에서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을거다.
이날 경기서도 커터가 잘 들어가면서 커브는 볼이 되도 상관이 없는 공이 됐다. 고우석 개인의 부담도 상당히 덜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다 자신의 구종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타자 입장에선 직구, 슬라이더, 커브, 커터도 있는 투수의 직구 구속이 150km 중반대라면 상당히 까다롭게 된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올해 좋은 투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노력들을 칭찬하고 싶다.
(한화 이글스 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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