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안치홍의 포지션은 2루다. 올 시즌에도 2루수로 가장 많은 317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코로나 19 감염으로 1군 엔트리서 빠지기 전까지는 주로 1루를 맡았다. 제법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분명 부삼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튼 롯데 감독은 안치홍의 1루수 기용이 큰 문제가 안된다고 단언했다. 공격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겸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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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루 수비를 하고 있는 안치홍. 사진=김영구 기자 |
국가대표 2루수 출신으로 레전드 반열에 오른 정근우도 1루 경험이 있다. 한화 시절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1루를 맡았던 적이 있다. 정근우도 당시에는 "타격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 했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전문 1루수가 아니면 대단히 어려운 포지션이다. 전문 1루수가 아닌 선수가 1루수로 나서면 수비에 대한 부담이 대단히 커진다. 그 부담은 결국 타격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에서 "1루수는 쉽게 생각되어지는 자리다. 주로 타격이 강한데 자리가 애매 할 경우 1루를 본다. 그러나 1루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포수 다음으로 많은 공을 받아야 하고, 판단도 해야한다. 그 판단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루수의 수비는 크게 부각되기 어렵다. 잡기만 하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1루수의 수비가 부족 할 경우, 2루와 3루, 그리고 유격수의 불안감은 커진다. 특히나 경험치가 많지 않을경우, 그 불안의 강도는 더욱 세진다. 정확히 던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잡아야 하는 타구를 잡아주지 못했을때, 수비수들은 더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 그런 생각들은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수비수의 몸을 굳게 한다. 실책의 확률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수비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진다면? 자연히 공격력도 약해진다. 그래서 수비가 기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격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예상외의 답이 나오기도 한다. SK 와이번스 시절 박정권 선수가 1루를 볼 때,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렵게 잡고, 어떻게던 1루 방향으로 던지면, 걷어내 줄거라는 믿음. 야수들이 그 믿음을 갖게 되면 움직이면 좋아진다. 잡는데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안치홍의 1루 전향을 보고 쓴 칼럼은 아니다. 안치홍이 1루수로 기용되기 전 썼던 글이다.
그러나 상황은 안치홍과 잘 맞아 떨어진다. 정근우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전문 1루수가 아닌 선수가 1루수로 나섰을 경우 팀 수비가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안 그래도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는 롯데다. 안치홍의 1루 기용은 내야 수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1루수로 나서는 선수가 갖게 될 부담은 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 1루수가 아닌 선수를 1루수로 기용하는데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안치홍이 복귀한 뒤 다시 1루로 나가라고 한다면 그는 고개를 가로 젓지 않을 것이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치홍과 팀을 위해
안치홍이 자신의 자리인 2루를 꾸준하게 지킬 수 있을 때, 롯데도 진정한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