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성민규 단장이 취임한 뒤 시스템 전반의 선진화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중심이 되고 있는 첨단 장비와 훈련 방식을 도입해 우리 선수들에게 접목 시키는 작업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다.
미국 출신 서튼 감독이 취임하며 롯데의 이런 시도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 최준용은 일찌감치 투구 폼에서 이상이 감지됐다. 하지만 롯데는 한참을 시간을 끌다 팔꿈치 통증이 심해지고 성적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최준용을 재활군으로 보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했다는 구단의 일 처리 치고는 너무도 주먹 구구식이었기 때문이다.
최준용은 일찌감치 이상이 발견됐다.
4월은 평균 자책점 1.23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5월 들어 평균 자책점이 6.35로 치솟았다. 이후 단 한번도 4점대 미만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최준용의 스피드는 눈에 띄게 떨어졌고 겉으로 보기에도 투구폼에 이상이 감지됐다. 이전보다 팔이 떨어져 나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MK스포츠는 스포츠 투아이 투구 추적시스템(PTS)에 의뢰해 최준용의 투구 폼 변화 여부를 체크했다. 그 결과 최준용의 투구 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4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7.3km였다.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왔다. 상하 릴리스 포인트는 163.5cm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준용이 부진했던 7월에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5.3km로 2km나 떨어졌다. 상하 릴리스 포인트는 159.7cm로 4cm가량 밑으로 내려왔다.
좌.우 변화도 심했다. 4월엔 -77.2cm였던 좌우 릴리스 포인트가 7월엔 -80.5cm로 늘어났다. 팔이 머리쪽에서 바깥쪽으로 더 떨어져서 나왔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최준용의 릴리스 포인트는 낮아지고 멀어졌다. 보통 투수들이 피로가 쌓이거나 부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롯데는 8월이 한참 지나고 최준용이 더 이상 마운드에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까지 1군 경기에 내보냈다.
최준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 "별 문제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마운드에서의 결과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자 그제서야 최준용이 팔꿈치와 어깨에 통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통증이 구속 저하와 릴리스 포인트 변화의 이유라는 점도 감독의 입을 통해 시인했다.
최준용의 투구 폼 변화를 통한 몸의 이상이 롯데의 최첨단 시스템에는 발견이 안된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알고 있었다면 직무 유기고 모르고 있었다면 첨단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롯데의 첨단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데이터 수준에서도 발견한 변화를 알
최준용은 분명 오래 전부터 몸으로 자신의 투구에 이상이 생겼음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단은 최준용이 완전히 망가진 뒤에야 내려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